여대생 겨냥한 극단적인 SNS 다이어트 콘텐츠 범람
올바른 디지털 리터러시로 주체적인 건강한 삶 가꾸어야
이정진 최지아 홍현진 기자 admin@example.com
11/22/2024 11:07:53 PM 등록 | 수정 11/22/2024 11:10:2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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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몸이 망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면... 먹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체내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합성되는 것을 억제하는 히이드록시 시트르산(HCA)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효과적인 다이어트 추출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이를 사용한 다이어트 보조제를 지속적으로 섭취했던 24세 여성 이 모씨는 결국 급성 간염과 간 부전 등 간 기능 손상 판정을 받았다.
“먹고, 토하고, 씹고, 뱉고… 음식을 삼키는 게 두려워서 물조차도 못 마시겠어요.”
신경성 식욕부진을 겪고 있는 10대 여성 최 모양. 그녀의 체중은 47kg으로 고등학생 평균 몸무게인 57.8kg보다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지만, 체중 증가에 대한 불안으로 의도적으로 음식 섭취를 거부하고 있다.
신경성 식욕부진이란 마른 몸매에 대한 강박으로 비만을 극도로 두려워하며, 음식 섭취를 제한해 체중이 현저하게 적은 특성이 있는 섭식 장애의 한 유형. 스스로 구토를 하게 만들거나 설사제를 사용하는 등 체내 음식을 강제로 배출하려는 행동을 말한다.
이들은 왜 자신들의 건강을 망쳐 가면서 까지 체중 감량을 해야만 했을까. 또, 왜 이러한 현상은 개인이 아닌 대한민국 사회 전반의 현상으로 만연해진 것일까.
극단적 다이어트에 대한 정보가 만연한 SNS
극단적 다이어트의 첫 번째 원인으로는 ‘극단적 다이어트에 대한 정보가 만연한 SNS’를 꼽을 수 있다. 실제 여대생들은 SNS 및 영상 플랫폼을 통해 다이어트와 관련된 정보를 많이 얻는다.
취재팀은 지난 11월 여대생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다이어트를 시도해 본 여대생 중 88.2%가 극단적 다이어트와 관련된 정보를 접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중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통해 관련 정보를 접한 경험이 있는 여대생은 80%, 유튜브, 틱톡 등 영상 플랫폼을 통해 관련 정보를 접한 경험이 있는 여대생이 76.7%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나 기사 등 전문 매체를 통해 정보를 얻는 여대생은 33.3%다. 이는 여대생들이 주로 SNS와 영상 플랫폼을 통해 다이어트 지식을 습득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렇다면, SNS 및 영상 플랫폼에는 어떠한 다이어트 콘텐츠들이 있을까.
취재팀이 유튜브로 ‘다이어트’를 검색해 본 결과 “163cm, 40kg 소식 두 끼”, “개말라 인간 보고서 - 161cm, 42kg 식생활일지”, “소식좌 특”, “지구상에서 살 빼기 가장 쉬운 방법” 등 자극적인 제목의 콘텐츠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미국 스포츠의학회 개인전문운동가 정성범 트레이너는 “인스타만 봐도 ‘1주일에 10kg 감량 등’ 자극적인 멘트로 유입을 이끌거나, 유튜브에 잘못된 다이어트 방식인 ‘물단식’에 관련한 영상이 20만 회가 넘어가는 것으로 보아 많은 분들이 잘못된 정보를 접하고 있다”며 “이는 짧은 기간 내에 큰 결과를 만들어내기를 원하는 세대의 성향과도 잘 맞아 떨어지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인스타그램에는 적확한 정보가 표기되지 않은 다이어트 보조제나 기구 광고를 많이 접할 수 있다.
“빼지 말고 녹이셔야 합니다!”, “20~29세는 지방분해주사 무제한으로 해드려요”, “내 체질에 맞게 약도 처방해 주더라고… 한방다이어트로 성공한 썰…”. 실제 여대생 A양의 인스타그램 탐색 탭에 노출되는 인스타그램 광고 문구이다.
이러한 보조제 광고에 대해 정성범 트레이너는 “대부분의 보조제 광고는 ‘연구 결과’를 강조한다. 그런데 해당 연구 결과는 보조제 생산 회사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아 진행된 연구 결과가 태반이기에 편협한 수치를 나타낼 수밖에 없다”며 SNS 속 보조제 광고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와 같이 극단적인 다이어트 콘텐츠,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은 보조제 및 다이어트 기구 광고가 SNS에 여과 없이 노출되기 때문에 여대생들이 쉽게 극단적 다이어트 방법을 접할 수 있는 것이다.
연예인 및 인플루언서의 극단적 몸매에 대한 노출이 만연한 SNS
극단적 다이어트의 두 번째 원인은 ‘미디어 속 극단적으로 날씬한 몸매를 가진 연예인 및 인플루언서의 모습’을 꼽을 수 있다. 건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채지영 교수는 “미디어 내 화려한 인플루언서들의 모습이 정답인 것처럼 비춰지는 현실이 20대 여대생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채 교수는 이와 관련해 UGT(Uses and Gratification) 이론을 언급했다. UGT 이론은 미디어를 습관적으로 이용하는 것보다, 특정 목적을 지닌 도구로 이용할 때 미디어의 효과가 더 크다고 설명한다. 채 교수는 이를 근거로 “SNS에 다이어트 연관 키워드를 검색하는 행위는 ‘목적성'을 지녔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보다 20대 여대생에게 영향을 더 많이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우 한소희는 이러한 현상에 우려를 드러냈다. 개인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에서 자신처럼 마르고 싶다며 다이어트의 방법을 묻는 한 팬의 질문에 대해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는 “저처럼 마르면 안 된다. 부디 건강을 지켜라. 난 내가 하는 일이 (중략) 외관을 비추는 일이라 살을 빼는 거지 그거 아니었으면 나도 정상 체중을 유지했을 거다. 절대미의 관점이 마르고 뚱뚱해서가 되면 안 될 것 같다“며 “건강을 해치면서 그러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마르다고 다 예쁜 거 아니다. 건강해야 예뻐 보인다”는 말도 더하며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반대했다. 한소희의 말을 빌려 덧붙이자면, 미디어에 노출되는 연예인들은 외관이 비추어지는 일을 하기 때문에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다.
SNS 알고리즘을 통해 더욱 확산되는 극단적 다이어트 및 몸매에 대한 콘텐츠
이러한 극단적 다이어트 및 몸매에 대한 콘텐츠는 ‘알고리즘'을 통해 더욱 쉽게 여대생에게 확산된다.
알고리즘은 개인화된 광고 및 추천 시스템이다. 사용자의 행동을 추적하고 패턴을 분석하여 사용자에게 관련된 광고나 콘텐츠를 제공한다. 알고리즘은 여러 플랫폼 간에 공유되며, SNS는 이를 활용하여 사용자에게 더 맞춤화된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로 인해 사용자의 검색이 끝남에도 불구하고 이후 알고리즘에 의해 계속해서 다이어트에 관한 극단적인 정보가 눈에 계속 보인다면, 해당 유저는 더 민감하게 관련 정보에 반응할 것이다.
매체의 발달로 인해 우리는 스마트폰 속에서 여러 사람들의 정보를 비교적 쉽게 접하게 된다. 이로 인해 SNS 이용자들은 과시적 형태로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내고자 한다. ‘외모’는 자신을 과시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식 중 하나이며, 사회적 입지와 관심은 ‘예쁘고 잘생긴’ 사람의 모습과 비례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생성된 ‘사회적 미'에 대한 기준은 SNS을 통해 더욱 확산되고 있다.
SNS 속 극단적 다이어트 콘텐츠, 올바른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고 바라보아야…
이렇게 SNS에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유도하는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서 20대 여대생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20대 여대생 뿐만이 아닌 모든 사람들은 올바른 미디어 리터러시를 바탕으로 미디어를 이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를 이해하고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채 교수는 이를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했다. 우선, 교육계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규교육과정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대학교, 그리고 평생교육의 범위까지 다양한 대상에게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교육을 꾸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에서 안전하게 정보를 찾고 공유하는 방법, 비판적 사고를 함양하는 방법 등에 대해 교육하는 것이다. 특히 교육기관에서는 토론 및 토의 수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이 할 수 있는 노력으로는 책, 신문, 웹사이트 등의 다양한 매체를 읽고 시청하며, 다양한 형식의 정보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또한 정보를 접할 때 항상 출처를 확인하고 다른 의견과 정보를 비교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방법이라고 채 교수는 강조했다.
외관보다는 내면을 가꾸는 것이 더 바람직하고 가치 있는 것이 아닐까. 다이어트를 하든, 그렇지 않든,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올바른 미디어 리터러시를 함양하여 주체적으로 건강한 삶을 가꾸어 나가길 바란다.
[2023-12-13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