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만 명’ 몰린 청년희망적금, 희망일까?
정부, 청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 강구해야
김하진 조현빈 정은수 기자 admin@example.com
11/22/2024 11:55:05 PM 등록 | 수정 11/22/2024 11:55:56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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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소득이 없으면 돈 모을 기회도 없는 건가요?”
소득이 없어 청년 희망 적금 가입에 실패한 26세 여성 김 모씨. 현재 취업준비생인 그는 소득이 0원이란 이유로 청년 희망 적금에 가입하지 못했다.
지난 3월 4일에 판매 종료된 청년희망적금은 청년 290만 명이 가입해 화제가 됐다. 청년들의 높은 관심을 모았던 청년희망적금은 그러나 설계 미비와 소통 부족 등으로 청년들에게 실망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청년희망적금은 만 19세 이상 만 34세 이하 청년 세대의 저축을 장려하기 위해 2월 21일 출시됐다. 월 최대 50만 원 한도로 납입액의 최대 4%를 저축 장려금으로 지급하는 상품으로 저축 장려금을 포함해 최대 108만 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비과세라는 점도 주요 혜택이다. 청년희망적금은 직전 과세기간의 총급여가 3,600만 원(종합 소득 금액 2,600만 원) 이하인 경우에만 가입할 수 있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 직전 과세 기간(2021년 1~12월)의 소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아 재작년도(2020년 1월~12월)의 소득으로 가입 여부를 판단한다. 청년희망적금은 높은 이율과 저축 장려금으로 청년들의 자금 마련에 희망을 주기 위해 마련됐다.
청년희망적금이 출시되자 정부가 예측한 30만 명보다 훨씬 많은 수치인 290만명이 가입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우리나라 청년 중 3분의 1이 가입한 것으로 그만큼 청년들의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청년희망적금은 청년들에게 동시에 실망감을 주기도 한다.
청년희망적금의 당초 예산은 456억 원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청년은 약 38만 명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선 모든 가입자에게 만기 시 혜택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년희망적금은 총 290만 명이 가입했다. 정부가 올 한 해 가입할 것으로 예측한 인원인 38만 명의 7.6배에 달한다. 청년희망적금의 혜택이 알려지면서 사전 예약에만 200만 명이 참여했다. 출시 당일에도 가입 신청이 쇄도해 일부 은행 앱이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익명의 신한은행 은행원은 “지난달 초 사전 예약을 통해 신청이 많을 것이라 예상했음에도 제대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탓에 혼란이 가중된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희망적금은 또 소득이 있어야 가입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김 씨는 소득이 없어 청년 희망 적금 가입에 실패했다. 김 씨는 취업 준비에 열중하느라 2년 동안 아르바이트도 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저축한 돈으로 자금을 마련하고 싶어 청년 희망 적금에 가입하고자 했으나, 소득이 0원이라 불가능했다. 김 씨는 “취업도 못 하고 있는데 돈 모을 기회까지 사라져 무력감이 든다”며 빈곤의 악순환을 일으키는 청년 희망 적금에 회의감을 드러냈다.
청년희망적금은 소득이 있어도 국세청 소득 증명이 불가능하면 가입할 수 없다. 숙명여대 재학생 김 씨는 아르바이트 소득이 신고되지 않아 청년 희망 적금에 가입하지 못했다. 김 씨는 “소득이 있었음에도 사장님이 소득 신고를 하지 않아 청년희망적금에 가입하지 못해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김 씨는 “소득 신고 외에도 다른 방법을 통해 경제활동을 증명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천에 사는 이 모씨(24)는 청년희망적금의 가입 기준보다 연봉이 높다는 이유로 청년 희망 적금 가입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씨는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청년 가장이다. 청년희망적금의 가입 기준인 연봉 3,600만 원의 실수령액은 월 264만 원으로, 통계청이 조사한 임금근로자의 평균 임금인 273만 원보다 적다. 평균 월급보다 적은 월급을 받아도 청년 희망 적금에 가입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반면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22세 여성 정 씨는 부모님의 넉넉한 지원으로 청년희망적금에 가입했다. 청년희망적금에 가입하지 못한 이 씨는 “소득이 높다고 해서 삶이 여유로운 것은 아니다”라며 “청년 정책은 가정의 전반적인 재산까지 고려해 소득을 측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혜택이 큰 청년희망적금은 단점도 있다. 익명의 신한은행 은행원은 "2020년에 소득이 있었던 청년만 가입할 수 있어 2021년에만 소득이 있는 청년들은 가입하지 못했다"며 "청년들이 최대한 많이 가입할 수 있도록 조건이 완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년희망적금은 가입 조건을 만족하는 청년들에게 제한적으로 혜택을 제공하는 선별적 복지 상품이다.
박종수 숙명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소득 유무와 상관없이 자산을 형성하려는 청년들이 적금에 가입할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청년희망적금의 제도적 한계는 현실과 동떨어진 가입조건이 주요 원인이다.
박 교수는 “복지적 성격을 지닌 자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정부는 가입 조건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대한 많은 청년을 포용해야 하지만, 모든 청년의 사정을 고려해 상품을 구성하기엔 너무 큰 비용과 시간이 투입된다. 박 교수는 “현재 청년 복지 정책은 정부의 주도로 생성되고 있다”라며 청년 복지 정책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청년들이 원하는 복지정책은 다양하다. 인터뷰를 진행한 네 명의 청년 대부분은 자신의 생활과 밀접한 복지정책을 선호했다. 청년희망적금을 중도해지한 박 씨는 “청년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부담 없이 들 수 있는 적금 상품이 출시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부모님의 지원을 받아 청년 희망적금에 가입한 정 씨는 “일주일에 4번 이상 장거리 통학을 하는 대학생을 위해 교통비가 지원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청년 정책은 내용뿐만 아니라 구조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청년들의 의견을 체계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청년 정책에 관한 의견을 접수하는 청년 신문고가 대표적인 예이다. 청년 신문고에선 청년 복지 정책의 다양성, 청년 창업 등 다양한 청년 정책에 관한 요구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청년 신문고는 국무조정실 산하의 청년 포털이란 홈페이지에 속해있어 청년들의 주체적인 창구가 될 수 없다. 대한노인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의 단체는 집단적 요구를 체계적으로 전달하는 창구를 구축했으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청년층도 두 단체와 마찬가지로 요구 사항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청년들에겐 체계적인 창구가 없기에 공급자 중심의 복지정책이 수립되는 것이다. 즉, 청년들에겐 의견을 체계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
청년희망적금은 현시대 청년들의 근본적인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다. 청년희망적금은 용돈 주기식의 일시적 정책일 뿐이다.
청년들에겐 지속적인 수입을 제공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청년들이 안정적인 구직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의식주 보장이 우선이다.
따라서 정부는 청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청년층도 자신의 요구를 명확히 전달하는 주체적 자세를 지녀야 한다.
정부와 청년의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청년희망적금은 진정한 희망이 될 수 없다. 청년들의 진정한 희망이 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2022-06-12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