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음란성 게시물, '손' 놓은 ‘에브리타임’

대학생 최대 커뮤니티 음란ᆞ선정성 심각


이창준, 이종범, 오민종 기자 admin@example.com
11/23/2024 12:02:15 AM 등록 | 수정 11/23/2024 12:03:08 AM
기획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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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쪽(야한쪽지)할 여자 구함”, “라인(메신저)으로 자위하실 분”, “뚱뚱한 여자가 마른 여자보다 느낌 좋아”

국내 최대 대학생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글이다. 원나잇 상대를 구인하는 글부터 섹스팅(야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주고받는 행위), 각종 혐오표현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야기되는 가운데, 각계각층의 지속적인 관리요청에도 에브리타임의 개선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 시간표 앱에서 500만명 이상의 여론형성의 장으로 성장한 에브리타임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은 “주식회사 비누랩스”에서 운영하는 대학생 커뮤니티 어플이다. 2012년도 앱 출시 당시 시간표 확인, 학점 계산 등 유용한 편의성 기능을 제공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회사는 단순히 시간표 확인이나 학점 계산이 아닌 강의정보와 선후배간 정보 공유, 잡담, 중고품 판매 등 여러 유형의 게시판들을 개설했다. 대학생들을 주축으로 ‘에타 공론장’이 형성됐고 과거 2000년대 초반의 웹사이트형 대학교 커뮤니티를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인 에타가 독점적으로 대체했다. 현재는 약 400개 대학 50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커뮤니티로 성장하며 자타공인 최대 대학생 커뮤니티로 자리매김했다.

● 새내기들에겐 불쾌감, 만나자마자 성관계 요구하기도

월요일 오전 8시, (“섹스 파트너 구해요”, “이거 보면서 살짝 만지고 있는 여자 쪽지줘”, “모닝 섹스한판 할 사람”) K 대학 에타 ‘비밀게시판’에는 아침 공기가 무색하게 낯뜨거운 글들이 수십 개씩 올라온다. ‘비밀 게시판’은 실명으로 말하기 어려운 고민을 솔직히 털어놓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건전한 고민상담이 아닌 온갖 음담패설로 도배되고 있었다.

코로나 19로 대학생활을 경험하지 못한 새내기들에게는 에타 게시판이 곧 학교의 첫인상이다.
1학년 B씨는 “에타는 워낙 유명한 어플이라 깔았는데, 성적인 글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이해 할 수 없는 은어들과 불쾌한 감정 때문에 에타를 안 보게 됐다”고 털어놨다. 2학년 C 씨는 “대학 정보를 얻기 위해 들어간 게시판이 온갖 혐오표현으로 가득했다. 이게 진정한 성숙하고 지적인 대학인지 의문”이라며 씁쓸함을 밝혔다.

커뮤니티의 글이 실제 만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학교 4학년 A씨는 에타 비밀게시판을 통해 이성을 만난 경험을 이야기했다. ‘회기역 근처 술 한잔 할사람’이라는 글을 올린 그는 몇시간 후 역사 앞에서 만나자는 쪽지를 받고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온라인을 통해 이성을 만나는 것이 처음이라 매우 긴장했지만 설레기도 했다” 며 “성관계보다는 자연스러운 만남을 기대했다”고 강조했다. 그가 기대했던 친구 같은 술자리와는 달리 처음 만난 이성은 그에게 성병검사 유무부터 질문했다. “그분은 만나자마자 에타를 통해 원나잇 스탠드를 즐겼다고 밝히고, 성병예방접종내역을 보여주면 바로 모텔을 가겠다고 말했어요. 맹목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하는 상황이 당황스러웠습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더군다나 A씨는 성관계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의사소통 보다는 지나치게 성관계만 해결하고자 하는 에타 이용자의 모습에 환멸감을 느껴 에타 어플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부적절한 게시글은 대학생활의 첫걸음에 불쾌한 인상을 남기고, 학년과 상관없이 잘못된 성 고정관념을 형성하고 있다.

● 10개중 4.8개는 음란성 게시물

부적절한 게시물의 수는 어느 정도일까. 6월 2일 하루 동안 게시된 전국 10개 대학의 비밀게시판 1000개 글을 분석한 결과 음란ᆞ선정성 게시물은 무려 485개(48.5%)에 달했다. 거의 절반이 음란성 게시물인 것으로, 그 유형도 다양하다. 게시물의 종류로는 성적인 혐오 표현(32%)이 가장 많았고 원나잇 구인(22%), 섹스팅 구인(20%)이 그 뒤를 이었다. 소수자 비하(13%)와 신체 비하 표현(11%)도 적지 않았다. 넘쳐나는 게시물들 속에 각종 신조어와 은어, 속어들도 끊임없이 파생되고 있다. 성관계 대상을 구하는 글에 등장하는 ‘FWB’는 “Friend With Benefits”을 뜻하는 약자로 성적인 관계만을 위한 친구 사이를 뜻한다. ‘노콘’은 “No Condom”을 뜻하며 피임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성관계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 집단 강간을 뜻하는 “갱뱅(gangbang)”이나 난교, 윤간, 근친상간 등 사회적 통념에 반하는 욕구들을 스스럼없이 배설하는 글들도 적잖게 볼 수 있다.

● N번방 방지법에 의해 ‘사전조치 의무’ 지게 된 에브리타임

에타의 규모와 파급력에 걸맞은 대책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수년간 각종 시민단체와 전문가들로부터 지속돼 왔다. 2020년 10월 에타 게시물을 통한 악플에 시달리던 여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후 ‘청년하다’와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등이 제대로 필터링이 이루어 지지 않는 실태를 꼬집으며 이를 규탄하는 시위를 열기도 했다.

각종 사회적 여론과 시위로 인해 2020년 10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에브리타임에게 성별ᆞ지역ᆞ특정대상 등에 차별ᆞ비하 정보에 대해 자율규제 강화조치를 권고한 바 있다.

방통위는 2년이 지난 올해 3월 신규 개정된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 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따라 에타를 ‘n번방 방지법’ 적용 대상인 사전조치의무 사업자로 선정하며 권고 조치가 아닌 법적 규제 대상으로 그 영역을 넓혔다. 전년도 말 기준 3개월간의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명 이상이거나 매출액이 10억원 이상인 부가통신서비스 제공자 등은 불법촬영물 등 음란성 유통 방지를 위한 사전조치의무를 갖는다.

이에 따라 에타가 강화된 법적 의무를 지게 되면서 국가기관이 개발해 제공하는 기술 또는 최근 2년 이내에 시행한 성능평가를 통과한 기관ᆞ단체의 사전 조치 기술을 게시물 관리에 적용해야 한다.

● 에브리타임측의 미흡한 관리, 개선의지도 빈약

에타가 시행하는 사전적 기술 조치는 AI 커뮤니티 운영시스템이다. 에타 측이 제시한 ‘커뮤니티 이용규칙’에 따르면 AI가 이용자들의 게시물 신고 내역과 과거의 신고 처리 결과에 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게시물들을 검열한다. AI를 통한 게시물 관리가 얼마나 체계적인지, 혹은 어떤 게시물들을 제재했는지 등의 구체적인 정보는 알 수 없다. 현재 에타의 AI는 정해진 키워드를 위주로 게시물을 필터링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성 관계를 가지는 친구를 뜻하는 “FWB(Friend with benefite)”, 성관계 그 자체를 의미하는 “뜨밤”같은 성적 은어들을 포함한 게시글 들은 수개월이 지났음에도 삭제되지 않았다. 1000개 중 485개의 게시물이 음란ᆞ선정적 게시물이라는 자체 분석 결과 또한 즉각적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방증한다.

도 넘는 음란성 게시물들이 제대로 제재되지 않는 현황, AI 시스템의 허점, 향후 관리 방안에 대해 문의하고자 에타 공식 홈페이지에 개제된 개발자 이메일과 SNS에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아무런 답을 받을 수 없어 영등포구에 위치한 본사로 찾아 갔으나 사무실 직원은 사전 합의가 없다면 인터뷰가 불가하다고 못박았다. 사전에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이 없어 대면 인터뷰를 요청한다고 설명했지만 끝내 회사 측의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상호도 적히지 않는 사무실 외관과 다른 회사 이름으로 적혀진 1층 로비 현판은 회사의 폐쇄적인 소통 방식을 대변했다. 5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초대형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회사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 음란성 글들을 모두 처벌할 수 없고 회사에게도 책임 묻기 어려워

음란성 글들과 혐오표현은 익명 게시판의 고질적 문제다. 하지만 에타가 ‘대학생 여론’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문제점은 더 크게 다가온다.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한상희 교수는 “음란성을 판단할 때는 성적인 묘사가 있어야 하고 인간의 존엄을 헤칠 만한 구체적인 설명이 있어야 한다”며 음란성의 범주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음란물 규제에 대한 범위가 큰 편이나, 특정한 대상이 정해지지 않는 ‘특정성’과 불특정 다수에게 인식이 가능한 ‘공연성’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처벌한 사례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에브리타임에 난무하는 각종 욕구에 대한 배설이나 성적 충동성 글들은 기본적으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이를 방치하는 회사를 규제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회사가 문제가 되는 게시물을 편집하는 편집권을 갖거나 지속적으로 방치할 경우 처벌할 수 있지만 공론장을 제공했다는 플랫폼이라는 이유만으로 처벌한다면 아마 대한민국의 모든 커뮤니티 사이트들은 제재 대상이 될 것이며 이는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음란성 글들을 모두 제재할 수 없다. 도가 지나친 글들을 제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수위와 범위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 대학생들 스스로의 자정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

인간은 모두 성적 욕구가 있다. 익명성이 보장된 커뮤니티 내에서 음란한 게시물을 올리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이를 특별히 제재하거나 처벌한다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자타공인 최대 대학생 어플인 에브리타임의 실태는 그 도가 지나쳤다. 가벼운 신체적 만남만을 추구하고 이성의 신체를 평가하며 인간 존엄에 위배되는 게시물들은 대학 사회를 넘어 한 시대의 문화를 타락시키는 위험성을 갖는다.

소수 유저들의 일부 의견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그렇기에는 그 개수가 너무 많다. 대학생들과 에타측은 공론장을 더 이상 오염시키지 않도록 노력해야한다.
한상희 교수는 “특정 온라인 게시판이 편향된 정치색이나 성적인 글로 도배돼, 자연스럽게 도태된 사례들을 많이 목격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에타의 게시판이 대학 구성원들 스스로 그 문화를 만드는 만큼 인간 존엄을 위배하는 글에 대해 경계하는 태도와 자정능력으로 수준 높은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브리타임은 그 규모와 명성에 걸맞은 해결책을 내놓아야 하고, 이를 이용하는 대학생들은 이를 개선하고 수정하는 자정능력을 보이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반쪽짜리 노력이 아닌, 양 측의 구체적인 행동을 바탕으로 대학생 커뮤니티의 순기능을 되찾는 노력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2022-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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