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힘든 20학번 학생들...유학생·예체능·장애학생
[기획-코로나가 앗아간 캠퍼스 청춘…‘중고 새내기’ 20학번을 만나다] ②
이혜원 admin@example.com
11/23/2024 12:17:24 AM 등록 | 수정 11/23/2024 12:18:14 AM
기획
사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더 소외된 20학번이 있다.
꿈을 안고 외국에 온 유학생들은 방안에 발목이 묶였다. 실습수업과 감각이 중요한 예체능 학생들은 도움 없이 모든 것을 혼자서 습득해야 한다. 장애 학생들은 충분치 못한 지원과 혼란스러운 학교방침때문에 어려움이 더 커졌다.
■ 문화적 교류 없는 유학생…방구석 유학생활
지난해 부푼 꿈을 안고 일본에서 한국으로 온 네네씨는 코로나19라는 큰 벽을 마주했다. K대 20학번 네네씨는 온라인 수업에 대해 “불편함이 딱히 없다. 장점도 많은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흔히 말하는 캠퍼스라이프를 경험하지 못하고 친구, 교수님과 이야기하는 기회가 없다는 점에서 아쉽다. 개인적으로 한국까지 와서 대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여러 가지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 수업에 익숙해졌을 뿐, 한국에서 꿈꿨던 문화 교류나 대학 생활은 못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입학한 지 2년째인 그는 동기를 만난 적이 있냐는 물음에 “한 번도 없다”고 대답했다.
건국대 외국인학생센터 관계자는 “마스크 지급이나 코로나19 최신 상황을 공지해줄 뿐 유학생이라서 특별히 지원하는 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유학생들의 문화 교류 부재는 안타깝다”며 “대면 강의가 되지 않는 상황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유학생 문화 교류 부재에 신경을 못 쓰는 건 교육부도 마찬가지다.
교육부 교육국제화 부서 관계자는 “입국 전, 입국 시, 입국 후로 나눠 유학생들에게 보호관리 정책을 펼치고 있다. 입국을 제한하지 않아 오히려 유학생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문화 교류 측면에 대해서는 “건강보호가 가장 중요하고 학업전념이 중요하다”며 말을 흐렸다.
■ 구체적 지도 없는 예체능 대학생…공백의 2020년
S대 조형예술학부 한국화전공 정모씨는 하얀 종이를 바라보다 붓을 주섬주섬 꺼내 들었다.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려던 정씨는 한숨을 쉬고 붓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서랍 깊은 곳에 넣어두었던 입영통지서를 꺼냈다.
그는 “틀린 방향으로 그리는 건지도 알지 못한 채 많은 실수를 겪으며 혼자 계속 축 처져 있는 1년을 살았다”고 2020년을 회상했다. 그는 “한탄스럽다”며 “다음 학기는 휴학하고 군대에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습수업 진행 방식에 대해 정씨는 “코로나19가 안정된 지난해 5월과 11월, 이렇게 1년에 총 두 달만 대면으로 실습수업이 진행됐다”며 “비대면 수업 동안 그린 그림을 대면 수업 때 학교에 가져갔다. 그러나 교수님은 학생들이 그린 결과만 채점하셨고 그리는 과정은 상세히 지도해주시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교수님이 실시간 화상 회의 프로그램인 줌(ZOOM)에서 그림을 그리는 전반적인 과정 없이 결과만 보여줄 뿐, 구체적인 지도가 없다”며 불편을 토로했다. 그는 “교수님과 소통이 어렵다. 실질적인 도움을 못 받아서 내가 잘하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불안해했다.
예체능 학생들은 실습수업의 개선 방향에 대해 “학생들이 그림을 그리거나 조소를 만드는 과정을 영상으로 찍어서 교수님이 영상 속 과정을 세세하게 보면서 지도해주시면 좋겠다”며 “비대면 수업이라고 간단한 것만 하지 말고 미술대학이라는 간판에 걸맞은 수업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H대 특수체육교육과 20학번 이모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직접 몸을 사용하는 운동 수업이 온라인으로 이뤄지면서 이씨는 동작을 영상으로 찍어 이캠퍼스(e-campus)에 올렸다. 이씨는 “교수님께 피드백을 받지 못했다”며 온라인 수업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
비대면 실습수업은 ‘수업’이라는 허울뿐 제대로 된 학습이 불가하다.
이주현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시대에 실습이 중요한 학과들은 직접 본인이 해보는 경험이 적어져서 같은 시간 동안 배우는 것이 적어진다. 이것은 나중에 취직에도 직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학칙을 유연하게 하는 등의 대책들이 필요하다”며 “학생들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을 하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 필수 지원 부족한 장애 대학생
“눈이 잘 보이지 않아서 화면에 눈을 가까이 대고 온라인 수업을 듣는다.”
H대에 재학 중인 경증 시각장애인 이모씨는 노트북을 켜고 코가 닿는지도 모른 채 화면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화면 속 교수님의 얼굴도, 수업자료도 잘 보이지 않는 이씨는 계속 눈을 끔뻑거릴 뿐이었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보이지 않는 화면에 이씨는 한숨을 쉬고 노트북을 닫았다.
이씨는 지난해 대학에 입학했다. 이씨는 온라인으로 학교생활을 시작하면서 수업을 듣는 방식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지난 1년간 대면 실습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며 수업에 참여했다. 오랜 시간 동안 학교에 방문할 일이 적어 동기들과의 관계도 아직 어색하기만 한 상태이다.
“장시간 화면에 눈을 가까이해서 눈이 금방 피로하고 목이 너무 아프다. 온라인에 나와 있는 글씨가 작아서 어려움을 느낄 때가 많다”는 이씨는 "현재 학내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받는 지원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학업을 할 때 도움을 주는 휴대용 돋보기를 지원해 주면 좋겠다”고 말혔다.
J대에 재학 중인 중증 시각장애인 20학번 홍모씨는 “우리 대학의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온라인 강의를 하면서 도우미 지원을 전혀 안 한다”며 대면 수업에만 지원되는 장애학생도우미 제도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홍씨는 “학교에서 대면 수업을 해보지 않아서 도우미가 있으면 좋다는 건 알지만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다. 그래서 도우미의 필요성도 못 느낀다”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내가 체험을 안 해 봤으니까”라고 한숨을 쉬었다. 홍씨는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어떤 지원이 있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건국대 장애학생지원센터 관계자는 “온라인 수업에도 대면 수업처럼 속기사, 소보로(청각장애용 보조공학기기), 장애학생도우미 등의 서비스를 지속해서 지원한다”고 밝혔다. 대학에 따라 장애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지원이 천차만별이다.
장애학생지원센터에 분배하는 예산도 문제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건대 장애학생지원센터 관계자는 “전문 인력으로 배정되는 속기사의 인건비가 센 편인데 교육부가 100% 지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예산 문제로 학생들의 필요에 맞춘 지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털어놓았다.
교육부는 명확한 지침을 제시하지 않고 교육부의 방침은 의무성이 없기에 대학마다 서로 다른 지원을 하고 있다.
교육부는 2005년부터 장애 대학생에게 교육지원인력을 시행했다.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원격수업 지원으로 자막 제작과 같은 프로그램 운영비를 제공한다. 하지만 현재 대학별 지원 상황을 보면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적절한 예산편성과 장애 학생 교육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시기다.
장애 학생들은 코로나19 팬더믹 속에서 학습권을 방해받지 않은 대책 마련을 절실하게 원하고 있다.
[2021-06-13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