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다

[기획]취업난과 구직난...중소기업 모순된 현실을 보다 ①


신민호, 지윤하, 장예지, 반주희 기자 admin@example.com
11/23/2024 12:26:26 AM 등록 | 수정 11/23/2024 1:30:40 AM
기획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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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계약서는 언제 쓰나요?”
“계약서? 그런 건 믿음으로 가는 거지~”
신입사원 조충범 씨의 중소기업 적응기를 담은 웹드라마 ‘좋좋소’(2021)에서 조충범 씨가 근로계약서 작성을 요구하자 사장은 위와 같이 말한다. 좋좋소에 나오는 정승 네트워크는 컵라면과 전자레인지 비축을 사내 복지로 일컫는 건 물론 구직 공고와는 다른 연봉, 명절 선물이 부족해 사다리 타기로 선물을 가져가는 등 중소기업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누적 조회 수가 2500만 회에 이를 만큼 좋좋소는 많은 시청자에게 인기를 얻었다. 중소기업의 현실이 정승 네트워크와 비슷하기 때문일까. 실제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들을 만나 중소기업의 현실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 청년들을 짓누르는 열악한 근무환경
밤 10시, 제과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 모 씨(21세·여성)는 졸린 눈을 비비며 통근버스에 올라탄다. 교대근무를 하는 정 모 씨는 다들 잠이 들 시간에 출근한다. 근무 시작 30분 전에 회사에 도착한 정 모 씨는 서둘러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조회에 참석한다. 조회가 끝나면 초콜릿 제품 포장기계 앞에 서서 기계를 작동시킨다. 그러나 정 모 씨는 어딘가 불편해 보인다. 회사가 에너지를 절약한다며 출입구를 항상 소등 상태로 유지 시켜 다소 어두운 곳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절약도 좋죠. 그런데 출입구 쪽과 가까이에서 일하는 사람은 기계를 작동시킬 때 눈이 침침해요. 저희는 큰 기계들이 있는 환경에서 일하는 데 안전이 우선 아니겠어요?”
근무가 시작된 지 4시간이 흐른 새벽 3시, 정 모 씨에게 30분의 식사 시간이 주어졌다. 원래 이 시간은 휴식 시간이지만 식사 시간으로 사용하라는 회사의 방침으로 직원들은 식사를 하러 간다. “쉬고 싶으면 식사를 포기해야죠. 일이 너무 힘들 때는 식사를 하지 않고 쉴 때도 있어요.”

정시 퇴근을 거의 한 적이 없다는 조경설계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는 이 모 씨(25세·남성). “요즘은 밤 11시에 끝나는 날도 많고 마감 전날은 새벽 3~4시에 퇴근하는 날도 흔해요.” 주 52시간제가 중소기업에도 시행된다고 하지만 주 52시간보다 적게 일한 날이 손에 꼽힌다. 그렇다고 임금이 많지도 않다. “월급은 수당을 포함해서 250만 원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보통 주 52시간을 훌쩍 넘겨서 일하는 데 비하면 월급이 적은 거죠. 제 미래를 위해 일하지만, 아르바이트생과 임금 차이가 크게 없는 것 같아요.”

중소기업의 복지제도에 대한 불만도 많다. 광고대행업에서 근무하는 김 모 씨(21세·여성)는 과거 근무하던 회사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잡플래닛에선 생일 자에게 선물을 지급하는 등 제도적으로 마련된 복지제도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실제로 이뤄지진 않았어요. 회사가 작다 보니 잡플래닛에서의 정보와는 달라도 지적할 수 없는 분위기였죠”라고 덧붙였다.
정 모 씨(21세·제과 회사 재직)의 회사는 △자녀 학자금 지원 △기숙사와 통근버스 제공 △명절 선물 등의 복지제도가 구축돼있지만,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축소되고 있다. “올해 회사가 급격하게 어려워지면서 학자금 지원 제도는 사라졌어요. 기숙사와 통근버스 제공을 제외하고는 다른 복지제도도 차츰 줄여나갈 것 같은 분위기에요.”

■ 대기업과 중소기업, 체계부터 하늘과 땅 차이
좋좋소에서 그려진 신입사원 조충범 씨에게 중요한 업무를 맡기며 갑작스럽게 주임 직책을 달아주는 모습과 백 차장의 제안으로 연봉협상이 갑작스럽게 진행되는 모습 등은 사내 시스템이 명확하게 구축돼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취재에 응한 청년 중소기업 종사자들도 명확하게 구축되지 않은 사내 시스템을 중소기업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보험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오 모 씨(24세·여성)의 직장엔 인사팀이 없어 센터장이 사원 채용에 직접 관여한다. “정확한 기준 없이 마음에 드는 사람을 채용하는 점이 불합리하다”라며 인사 및 복지 등과 관련된 일을 담당해줄 곳의 부재를 지적했다.
이 모 씨(25세·조경설계사무소 재직)도 “대기업들은 임금과 복지, 승진 등이 사내 규칙에 따라 정해지는데 저희 회사는 사장님 마음대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알렸다. 임금 협상이 이뤄지긴 하지만 그저 통보받을 뿐이다. 임금 인상에 대해 이유를 물었더니 혼이 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김 모 씨(21세·광고대행업 재직)는 직급이 높은 사원이 권력과 분리되지 않은 모습을 비판했다. “회사 규모가 작다 보니 부서별 부장이 사내에서 발생한 문제를 직접 관리하는데 억지스러운 대처가 많다”고 전했다. 권력을 오용해 사회초년생들을 속이거나 퇴사 전에 일을 몰아주는 등 말도 안 되는 일이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 “중소기업은 항상 사람이 부족해서 직원을 자주 뽑아요”
취재에 응한 청년 중소기업 종사자들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낮은 연봉, 부족한 복지제도, 미흡한 체계를 전하며 열악한 중소기업의 환경을 전했다. 그 때문일까.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 모 씨(21세·광고대행업 재직)는 “중소기업은 항상 사람이 부족하다”며 “대기업은 힘든 과정을 거쳐 입사한 사람들이 많다 보니 힘들어도 버티려 하는데 중소기업은 다른 회사들도 많으니까 한 회사에 헌신하는 사원은 별로 없다”고 전했다.
2018년 취업포털 잡코리아에서 직원 수 300명 미만의 국내 중소기업 214곳을 대상으로 고용실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한 기업의 68.7%가 ‘적시에 직원을 고용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조사에서 중소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인력 부족의 원인을 △낮은 연봉 수준 △구직자들의 높은 눈높이 △부족한 복지제도 △열악한 근로 환경 등의 순서로 제시했다.

■ “중소기업을 불쌍하게 보는 시선이 이해가 가요”
중소기업중앙회가 4월 16일~30일 실시한 2021 청년 일자리 인식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49.8%가 중소기업에 취업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19.4%는 △낮은 급여 수준 △일-여가 균형 실현의 어려움 △낮은 평판과 주위 시선 등을 이유로 들어 중소기업에 취업할 의향이 없다고 했다. 중소기업을 향한 부정적인 인식이 중소기업 취업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김 모 씨(21세·광고대행업 재직)는 (대기업도 마찬가지겠지만) 중소기업을 상급자들만의 작은 궁전으로 표현했다. “중소기업이라는 작은 궁전 속에서 왕 놀이를 하는 건데 얼마나 사람을 쥐락펴락하는 게 쉽겠냐”며 “대기업은 사내 괴롭힘을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중소기업을 불쌍하게 보는 것이 이해된다”고 전했다.
김 모 씨는 이를 바라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 노동자 보호와 관련한 정책의 부족을 언급하며 “중소기업 근로자들을 위한 기관을 만들어 성희롱 등 괴롭힘을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로자 보호와 감시가 선행되지 않는 이상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지속될 것”이라 덧붙였다.

좋좋소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산 이유는 중소기업의 열악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잘 보여줬기 때문이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해 중소기업의 종업원에 대한 투자 여력이 크게 줄었다”며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 상승과 장기 재직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좋좋소의 조충범씨로 실존하는,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청년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근무하기 위해선 사회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2021-06-09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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