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청년들은 중소기업을 기피하는가

[기획]취업난과 구직난...중소기업 모순된 현실을 보다 ②


신민호, 지윤하, 장예지, 반주희 기자 admin@example.com
11/23/2024 12:29:42 AM 등록 | 수정 11/23/2024 1:29:37 AM
기획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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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83의 시대. 중소기업이 국내 기업 숫자의 99%와 고용의 83%를 차지해 나온 표현이다. 청년 네 명중 한 명은 취업난을 겪고 있는데, 10개 기업 중 7개 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왜 이러한 모순적인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전문가들은 구직자와 기업, 정부 당국 3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청년 4명 중 1명은 지금 취업난
고용 동향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지난 2월부터 3개월 연속 10%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2018년 3~5월 이후 약 3년 만에 최장 기간이다. 청년층 체감실업률(확장실업률)도 지난해부터 25∼27%에 이르고 있다. 4월 15~29세 잠재 취업가능·구직자까지 집계한 확장실업률은 25.1%였다.

코로나19 이전에도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높은 수준이었다. 지난해 12월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10년 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청년 대학졸업자 실업률은 0.8%p 개선됐지만(6.1%→5.3%), 한국은 0.7%p 악화됐다(5.0%→5.7%). 한국의 청년 대졸자 실업률 순위도 10년 만에 14위에서 28위로 하락했다.
청년들을 만족시킬 양질의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청년 취업자는 작년보다 17만 9000명 증가했으나, 그 중 12만 5000명은 아르바이트 등의 임시직 근로자였다. 기업들도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해 채용을 꺼리고 있다. 지난 4월 처음 취업시장에 뛰어든 ‘취업무경험 실업자’는 8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만명(30.1%) 급증했다.

■ 그럼에도 중소기업은 인력난
중소기업은 청년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1710만명을 고용하며 일자리의 83.1%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중소기업은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사람인이 기업 771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1%의 기업들이 ‘계획한 인원을 제대로 채용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청년의 취업난과 중소기업의 구인난이 공존하는 이러한 인력 수급의 불균형은 고질적인 난제다.
지난해 9월 중소기업중앙회에서는 전국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대국민 중소기업 일자리 호감도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국민들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일자리 호감도를 △자아실현 △사회적 지위 △안정성 △성장성 △근로조건의 5개 분야로 구분해 진행됐다. 그 결과 중소기업에 대한 종합 호감도는 100점 만점에 52.6점으로 대기업보다 약 23점 차이가 나는 결과를 기록했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청년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도드라졌다. 20대의 경우 49.1점을 받았고, 60대 이상은 56.4점으로 집계됐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청년들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 중소기업 기피, 가장 큰 이유는 안정성
중소기업 인식에 대한 세부항목 가운데 가장 큰 격차를 보인 부문은 안정성이었다. 안정성 측면에서 중소기업은 50.6점으로 대기업(82.5점)보다 31.9점이나 낮았다.
인터뷰를 진행했던 중소기업 청년 현직자 모두 ‘임금’에 대해 만족스럽다고 대답한 사람은 없었다. 설계사무소에 근무하는 이 모 씨(25세·남성)는 “주 52시간을 훌쩍 넘겨서 일하는 것에 비해 임금이 정말 적다”고 말했다. 미용회사에 근무하는 이 모 씨(21세·여성)도 “가장 불합리한 부분이 임금”며 “거의 매일 초과 근무를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수당은 전혀 받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4월 27일 잡코리아가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 7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이 ‘현재 연봉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불만족 이유로는(복수응답) ‘내 연차나 업무 경력 대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46.9%)’와 ‘동종 업계 대비 낮은 연봉을 받고 있다(46.2%)’가 가장 컸다.

5월 25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대기업 정규직(3만2428원)과 비교할 때 중소기업 정규직(1만8588원)이 받는 시간당 임금총액 비율은 57.3%에 불과했다. 대기업 정규직이 100만원을 벌 때 중소기업 정규직은 57만3000원을 받은 셈이다.

■ 주52시간 근무제… 그 실효성은?
앞선 중소기업 일자리 호감도 조사에서, 중소기업의 부정적 인식에 대한 세부 내용에 ‘최저임금인상·주52시간 근무 등에 따른 경영환경 악화(14.5%)’도 인식에 일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7월 1일부터는 5~49인 중소기업도 의무적으로 주 52시간제를 도입한다. 기존에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활용해 주 최대 68시간(△기본 40시간 △연장 12시간 △휴일 16시간) 근로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휴일을 포함한 주 최대 법정근로시간 한도가 52시간(△기본 40시간 △연장 12시간)으로 정해졌다.
중소기업에도 본격적으로 주52시간제가 시행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간 임금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근·야근수당이 사라지면서 직원이 받는 실 수령액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주52시간제를 부정적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다.

작년 11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 중소기업 500곳을 조사한 결과 39%가 아직 주52시간제 도입 준비를 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주 52시간 초과 근로 업체 218곳 중에서는 83.9%가 준비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렇듯 사지에 몰린 중소기업들이 법망을 피하는 방법을 강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설계사무소에 다니는 이 모 씨(25세·남성)는 현 직장에서 편법을 목격했다. 그는 “얼마 전에 회사가 법적으로 둘로 나뉘어 있다는 걸 파악했다. 직원이 10명이 안되다 보니 5인 이하 사업장으로 인정받아 법망을 피하기 위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부분에 의문을 품으니 아무것도 아니라며 넘어갔다”고 토로했다.
제과회사 생산직에 다니는 정 모 씨(21세·여성)는 “불법과 편법을 사용하는 중소기업을 정부가 수시로 검문하고, 적발됐을 시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결국 퇴사-구인의 악순환으로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 외에도 △복지의 부족 △사내 분위기 △인수인계 미흡 △잔업량 과다 등 다양한 중소기업의 문제점들을 청년 현직자들은 입을 모아 호소했다. 이러한 문제들은 결국 책임감의 문제로 이어졌다. 광고 대행업체에 다니는 김 모 씨(21세·여성)는 “중소기업은 여기 아니면 다른 곳도 많으니까 한 회사에 헌신하려는 사람은 솔직히 별로 없다”고 말했다. 불만족스러운 중소기업의 문제들 속에서 청년들은 장기 재직을 포기하고 퇴사만을 바라보며 근무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채 중소기업의 구인난이 반복되는 악순환으로 귀결됐다.
결국 궁극적 해결을 위해서는 기업의 안정성과 발전성이 확보되도록 경영환경이 개선될 수 있게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과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구직자 기피현상과 고령화에 따라 여전히 기술인력 미스매치를 겪고 있다”며 “산업현장 활용에 초점을 맞춘 인력양성정책과 신기술 중심 재직자 훈력개편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021-06-09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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