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라카 암표 30만 원까지 치솟아
재학생 위한 축제인지 의문…"근본적인 해결책 마련해야"
아료카 우지원 김지우 김혜민 표나림 기자 admin@example.com
11/23/2024 12:49:28 AM 등록 | 수정 12/1/2024 12:52:55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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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라카 암표 사는 데 30만원이나 썼어요”(23, 전기전자공학부 4학년)
아카라카 암표 거래는 해마다 학 내 문제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주요 언론사들이 연이어 보도하며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아카라카는 연세대학교 공식 응원단 ‘아카라카’가 매해 5월에 개최하는 연세대 대표 축제이다. 응원단은 연예인 섭외, 장소 대관, 티켓 배분 등 아카라카의 모든 기획 과정을 담당한다.
아카라카 암표 문제는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이는 표 배분과 회계 내역의 불투명성, 학교 축제이지만 학교이 관리를 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18배까지 뛰어오른 암표값
올해 아카라카 암표 값은 최대 30만 원까지 치솟았다. 아이브, 르쎄라핌, 싸이와 같은 인기 아이돌과 유명 가수들이 무대에 오른다는 소식에 암표가 더욱 극성을 부렸다.
디지털저널리즘실습팀이 최근 연세대 학생 7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암표 구매 가격은 대체로 5-10만으로, 티켓 정가 만 7천원에 비해 4-7배 높은 가격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암표를 구매한 사회학과 송 모씨(21)는 작년에는 8만원, 올해는 18만원에 암표를 구매했다. 그는 “1만 7천원인 티켓이 27만원에 팔리고 있는 게 말이 안된다”며 학교 축제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표를 못 구해 암표를 사야한다는 것에 대해 불만을 호소했다.
암표가 성행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재적 학생 수에 비해 티켓 수량이 적기 때문이다.
아카라카가 열리는 노천극장 수용 인원은 재학생 인원 수에 미치지 못한다. 연세대 재적 학생 수는 2만 7천여 명데 아카라카 티켓은 총 1만 1천200장이다. 전체 학생 수의 약 40%만이 축제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설문조사에서 아카라카에 참여한 재학생 10명 중에 약 3명 꼴로 암표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설문조사에서 외부인 출입에 대한 별다른 조치가 없는 상황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특히 연세대학교를 대표하는 5개 종목의 운동부 학생들에게 배부되는 초대권을 문제삼았다. 재학생도 가지 못하는 축제에 타교생이 출입한다는 이유에서다.
야구부 주장 출신 A씨는 “운동부 초대권으로 2명이 VIP석에 입장할 수 있다"며, “초대권으로 여자친구를 데려오는 친구들이 많았다. 여자친구들 중에는 당연히 타교생도 많다"고 덧붙였다.
운동부 초대석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SNS를 검색하면 올해 아카라카에 참석한 30대 외부인의 모습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과거 응원단 단장 출신의 지인으로 추정되는 30대 여성은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35세 아줌니의 일탈"이라며 아카라카 참석 후기를 남겼다. 전체 학생 수의 약 40%만 축제에 참여할 수 있는 자리에 은퇴한 과거 응원단장의 지인이라는 이유 만으로 아카라카에 참석한 것이다. 연세대 재학생들은 “민폐다”, “응원단 티켓내역 공개 못하냐"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외부인 가운데 ‘홈마’의 출입 문제도 대두됐다. 홈마란 일명 ‘대포 카메라’라고 불리는 거대한 렌즈를 장착한 DSLR을 들고 아이돌의 일정을 따라다니며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러 다니는 팬들을 말한다.
항상 유명 아이돌을 섭외해 온 아카라카인만큼 올해도 역시 연예인의 사진을 찍기 위해 암표를 산 홈마들이 몰려들었다. 아카라카에 출입한 홈마들 사이에선 희소성 있는 사진을 촬영해 판매하는 일명 ‘데이터 장사'도 빈번하게 이뤄진다. 아카라카는 카메라 등 촬영 장비 반입이 금지돼 있으며 적발 시 사진을 압수하는 조치를 하고 있다.
2023 아카라카를 온누리에 행사 당시 사고로 인해 초대 가수 에스파의 공연이 잠시 중단됐던 것도 홈마와 재학생들 사이 발생한 몸싸움 때문이다. 에스파의 공연 중 스태프에게 카메라가 적발돼 압수를 당하게 생긴 나머지 홈마들은 도망을 가려했고 주변 재학생들에 의해 제지 당했다. 홈마들이 막고 있는 재학생들을 밀쳤다. 결국 홈마들은 청춘석 안으로 진입한 스태프들에 의해 끌려나갔다.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표를 구매해 들어온 것도 모자라 재학생들을 위해 마련된 축제의 장에서 연예인의 사진을 찍겠다는 이유로 공연 진행에 피해를 끼친 사실이 밝혀지면서 아카라카의 외부인 출입 제재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표 배분 및 회계 투명성 절실
매해 아카라카 티켓 수가 부족하지만, 응원단은 VIP 티켓 배분과 회계 내역을 비공개로 처리한다. 설문조사 결과 공식 티켓만 투명한 절차를 밟고 응원단과 운동부 지인 대상의 VIP 티켓 수량과 배부 방식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VIP 티켓 배분 방식에 대해 응원단은 인터뷰를 거절했다. 야구부 주장 출신 A씨도 정확한 VIP 티켓 수량에 대한 정보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노천극장 최대 수용인원이 1만 3천에서 4천여명인 점과 올해 아카라카 때 만석이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약 천 여 매의 비공식 티켓이 유통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공식 티켓팅은 투명한 절차를 밟는다. 박호빈 문과대학 학생회장(24)은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는 응원단이 발표한 11,200매의 공식 티켓을 정해진 단체석 수량에 맞춰 재학생 인원 비율에 따라 단과대석의 배분 비율을 정한다. 각 단과대 회장은 배분된 단과대석을 다시 각 학과 별 재학생 비율에 맞게 분배한다. 단체석 좌석 위치는 각 단과대 회장의 추첨을 통해 최대한 형평성을 고려하여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학교는 “책임 없다”
또한 아카라카 회계 내역은 아카라카 외에는 누구도 알 수가 없다. 학교 공식 홈페이지에도 응원단 공식 홈페이지에도 그 내용은 없다.
이에 대해서도 아카라카 응원단은 인터뷰를 거절했다. 대학 측은 아카라카의 회계와 관련이 없음을 명시했다. 학생복지처 학생지원팀 직원 A씨는 “학교 측에서 아카라카 회계와 관련된 활동은 하지 않기 때문에 연세대 공식 결산서에 아카라카 회계 내역을 기재할 이유가 없다”고 답변했다.
2023년 아카라카 티켓 가격은 1만 7천원으로 공식 티켓팅에서만 얻은 수익만 1억 9천 4십만 원이다. 2013년, 2017년 아카라카 결산안을 통해 티켓 수익 외에도 기업의 협찬금 수 천만 원으로 연예인 섭외와 무대 설비 비용을 충당하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매해 억 단위의 금액이 지출되는 행사인 만큼 회계의 불투명성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학교 측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아카라카 암표 문제에 대해 앞으로 학교가 관리할 예정이냐는 질문에 대학 홍보팀은 “아카라카 응원단은 홍보팀 관할이 아니라서 답해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같은 질문에 학생지원팀도 “아카라카 축제는 응원단이 주최하는 거고, 학생지원팀에서는 그때 그때 응원단이 도움을 요청하면 지원해주는 정도이고 필수로 관리하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안전 사고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학 측 입장은 "무관하다"는 것이다. 학생지원팀 직원 A씨는 “안전에 있어서는 응원단이 매해 대행사를 통해 안전관리를 하고 있고 구청에 재해관리 대책서를 받기 때문에 충분히 대처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회계는 학생지원팀이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아카라카 암표, 해결책은 있나
연세대 재학생 4명 중 3명이 암표 거래에 문제 의식을 갖는 가운데 아카라카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설문조사에서 이 부분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은 다양했다.
학생들의 자발성과 양심에 기대어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한 학생(공과대학, 17학번)은 “그냥 각자 양심을 지키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 처음부터 안 갈 사람은 티켓팅을 하지 마시고 갑자기 못 가게 된다면 친구나 지인한테 정가 양도하거나 본인이 양심적으로 티켓팅한 단체에 반납해야 한다”고 답했다.
티켓 본인 확인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답변도 있었다. 학생증 검사를 통해 외부인을 제한하고, 구매자와 입장자가 동일한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각의 티켓에 식별코드, QR 코드를 부여하는 등 티켓 배부 방식을 디지털화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일반 콘서트처럼 티켓에 예매자 본인의 이름, 학번을 기재하는 방안으로 암표 거래를 개선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수요가 공급보다 많기 때문에 아카라카 개최 공간을 변경해야 한다고 답변도 나왔다. 노천극장 말고 재학생 전원을 수용할 수 있는 장소로 옮김으로써 근본적으로 티켓 수를 늘리고 암표 시세를 낮추어야 한다는 것이 요지이다.
고려대의 경우 입실렌티가 열리는 녹지운동장은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의 수용인원이 2배 이상이다. 수용 인원은 2만 3000명으로 고려대학생이 입실렌티 티켓을 못 구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투명성 문제에 대해 언론홍보영상학부 김성희 교수는 아카라카 결산안과 티켓 배분에 묵묵부답인 응원단에 대해 “모든 재학생에게 주어진 교내 축제에 참석할 권리”의 기회를 뺏어가는 대처라고 밝혔다.
설문조사에서는 응원단 차원의 티켓 분배를 제한하고 응원단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응원단 가족석, 운동부 지인석 등 비공식 티켓을 줄이고 재학생을 위한 공식 티켓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응원단 회계를 열람 가능하도록 하여 티켓 발부량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답변이 있었다.
고려대는 암표 거래 상황을 총학생회와 응원단이 파악해 해당 판매글을 작성한 작성자의 명단을 공개하거나 암표로 거래된 티켓을 가지고 입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학교 관리 문제에 대한 해결책에 대해 김성희 교수는 “아카라카는 응원단이 주관하더라도 결국 학교 이름을 내 걸은 축제이다. 매해 암표거래가 문제이고 올해는 30만 원까지 거래되는 상황에서 학교가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설문조사에서는 정상적인 양도 시스템을 갖추는 과정이나 암표 신고제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공식적인 기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밖에도, 과 티켓팅 방식의 개선, 대동제에도 연예인을 초대함으로써 아카라카 수요를 감소시키는 방안이 제시됐다.
“졸업하기 전에 아카라카 한번도 못 가게 생겼어요.”
올해 티켓 구매에 실패한 어 모씨(22, 정치외교학과 3학년)는 “졸업하기 전에 꼭 아카라카를 경험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2023-06-12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