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낭만적 사랑 해체 중...
'비연애''비혼'의 주이유는 ‘경제적 여유'...'나는 스스로와 연애 한다’
진수 황진현 기자 admin@example.com
11/23/2024 1:10:40 AM 등록 | 수정 11/23/2024 1:12:14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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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의미의 사랑이 해체되고 있다.
결혼과 출산은 물론이고, 연애까지 감소 추세에 있다는 조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피엠아이의 2024 기획조사에 따르면 2030 청년의 75%는 ‘연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성 관계에 적극적이지 않은 ‘초식남녀’를 넘어서 이성에 무관심한 ‘절식남녀’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취재팀이 최근 대학생을 대상으로 ‘연애·결혼·출산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5%가 ‘현재 연애를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대학 가서 연애한다는 말은 옛말이 된 것이다. 이들의 70%는 향후 10년 내 결혼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으며, 73%는 결혼한다면 출산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다수의 대학생은 현재 연애하지 않지만, 결혼과 출산에는 긍정적인 모습이다.
연애에 대한 대학생의 목소리...“나는 스스로와 연애한다”
연애하지 않는 대학생의 76%는 ‘연애에 관심이 없어서’, ‘혼자가 좋아서’, ‘자기 계발로 시간이 없어서’를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로 꼽았다. 연애하지 않는 대학생의 대부분은 자발적으로 연애를 선택하지 않는 것이다.
일부 대학생은 연애하지 않는 이유 중 한 요인으로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를 꼽았다.
대학생 A씨는 “입시부터 취업에 이르기까지의 시기에 경쟁이 너무 심하다”며 “2030 세대가 ‘돈’과 ‘커리어’가 아닌 ‘사랑’과 ‘가족’ 같은 가치들을 우선시할 여유는 없다”고 고백했다. 대학생 B씨는 “시간적으로, 금전적으로, 심리적으로 여유가 있도록 과하게 경쟁적인 분위기를 완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는 발전주의적 신자유주의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구의 요구로 신자유주의 사회에 합류했다. 그 과정에서 신자유주의 정책 중 하나인 노동시장의 유연화로 인해 ‘노동시장의 이원화’라는 문제가 발생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1차 노동시장(대기업 정규직)과 2차 노동시장(대기업 비정규직·중소기업)의 격차를 벌어지게 했다. 그 결과, 대학생은 임금, 복지와 같은 노동 조건 차이로 2차 노동시장보다 1차 노동시장의 진입을 선호하고 있다. 1차 노동시장의 진입을 위한 취업 경쟁은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현실은 대학생이 연애를 포기하고, 취업 준비에 전념하는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박소정 연구원은 “청년 세대는 신자유주의 한국 사회가 이상화하는 자기 계발하는 주체성의 함양을 강요받고 있으며, 이는 스펙이라는 형태를 통해 구체화 된다”며 “청년들은 사회와 기업이 요구하는 노동력에 자신을 맞추고 다른 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자기 자산으로서의 스펙을 경영해 나간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연애하지 않는 대학생 네 명 중 한 명은 ‘자기 계발로 시간이 없어서’를 연애하지 않는 이유로 뽑기도 했다. 대학생 C씨는 “시간과 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며 “연애는 시간과 돈의 낭비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자신은 “연애에 필요한 시간과 돈을 자기 계발에 투자하고, 자신 스스로와 연애한다”고 토로했다.
결혼에 대한 대학생의 목소리...“결혼 의향이 있든 없든 문제는 사랑 아닌 돈”
2030 청년은 결혼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청년의 결혼에 대한 긍정적 태도는 2008년 대비 2022년 지속하여 감소하는 추세다. 남성의 결혼에 대한 긍정적 태도는 70.8%에서 45.3%로 25% 정도 하락했고, 여성은 52.2%에서 29.6%로 23%가량 감소했다. 2030 청년은 결혼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 ‘결혼 자금 부족’을 뽑았다.
이와 비교해 대학생은 결혼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생의 70%는 향후 10년 내 결혼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의 60%는 ‘안정적인 고용 상태’를 결혼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로 꼽았다. 반면, 결혼 의향이 없는 대학생의 42%는 결혼을 포기한 이유로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서’라고 답했다.
결혼 의향이 있는 대학생은 경제적 안정을 통한 결혼을 전제하고, 결혼 의향이 없는 대학생은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을 단념한 것으로 나타난다. 대학생은 결혼 의향이 있든 없든 결혼을 사랑보다 돈 문제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30 청년이 결혼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 ‘결혼 자금 부족’을 뽑은 결과와 유사하다.
대학생이 결혼을 사랑보다 돈 문제로 여기는 현상은 결혼에 대한 현실적인 접근으로 보인다. 결혼정보업체 가연에 따르면, 2024년 결혼 비용 평균은 약 3억 원 이상으로 조사됐다. 주택, 혼수, 예식장, 신혼여행, 예단, 예물 등을 모두 합한 값이다. 물가의 상승과 함께 결혼 비용은 증가 추세에 있다.
대학생은 결혼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D씨는 “주변 이야기 들어보면 결혼 비용이 너무 비싸다고 한다”며, “결혼장려금을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대학생 E씨는 “경제적 비용이 지원된다면 조금 더 수월하게 결혼을 선택할 것이다”고 답했다.
일부 지자체는 결혼장려금을 제공하고 있다. 대전시는 올해부터 결혼한 부부에게 결혼장려금 500만 원을 지원한다. 대전시장은 “신혼부부가 마음 놓고 가정을 꾸릴 수 있는 도시,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도시 조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정책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결혼장려 정책은 지자체에서 정부 차원으로 확대되어 시행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출산에 대한 대학생의 목소리: 기대 자녀 수 평균 ‘1.6명’, 그러나 문제는 돈
대학생의 73%는 출산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출산 기대 자녀 수는 평균 1.6명으로 ▲0명 6% ▲1명 30% ▲2명 60% ▲3명 4% ▲4명 이상 0%로 나타났다. 대학생의 출산 기대 자녀 수는 현재 합계 출산율인 0.7보다 높지만, 인구 유지를 의미하는 대체 출산율 2.1명보다 낮은 상황이다.
대학생은 기대 자녀가 낮은 이유에 대해서 경제적 문제를 언급했다. 출산 의향이 없는 대학생 59%는 경제적 이유와 관련하여 출산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대학생은 결혼과 유사하게 출산을 돈 문제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학생 F씨는 “한 명의 아이를 키우는데 매우 큰 금액이 필요하다”며, “자라면서 겪은 입시와 그에 따른 비용을 생각했을 때 멈칫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대학생 G씨는 “맞벌이가 아니면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사회”라며 “아이를 가지게 되면 부부 중 한 명이 일을 쉬게 되면서 수입이 줄고, 아이를 출산한 이후에도 재취업이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를 고려했을 때, 자녀 양육보다는 반려모·반려견을 키우기로 선택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에서 아이를 대학 졸업까지 양육하는 비용은 3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1.6명의 자녀를 출산한다면, 양육 비용으로 최소 4.5억 원 이상 필요한 것이다. 결혼 비용으로 3억 원을 지출한다고 가정했을 때, 자녀 양육 비용까지 합치면 총 7.5억 원 이상이 되는 셈이다.
많은 대학생은 ‘출산지원금’, ‘육아지원금’, ‘양육지원금’, ‘정부 지원금’ 등과 같은 출산과 관련된 국가 차원의 지원금을 출산 장려 대책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만큼 출산을 선택할 때 경제적인 요인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변수정 연구위원은 “선진국은 성인이 될 때까지 자녀 교육비를 보장해주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그에 맞춰 현금성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맞다”며 “영유아 초기에만 집중된 현금성 지원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024-06-18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