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의 아침밥’...숨겨진 문제들

청년을 위하는 진정한 복지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서지원 Li Jiayang 안상훈 김채린 기자 admin@example.com
11/23/2024 1:50:58 AM 등록 | 수정 11/29/2024 2:32:03 PM
뉴스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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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의 아침밥’은 아침을 거르기 쉬운 대학생에게 양질의 아침 식사를 1,000원에 제공하고, 쌀 소비 문화도 확산시키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대학이 함께 진행하고 있는 복지 사업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20대의 아침 식사 결식률은 53%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서울대학교병원 공동연구팀(가정의학과 조희경·정수민 교수, 김효명 전문의)이 조사한 결과 아침 식사를 거르는 대학이 아침을 챙겨 먹는 대학생보다 ‘대사증후군’이 생길 위험이 약1.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사증후군은 만성 대사 장애의 일종으로 당뇨병 전 단계인 내당증 장애,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등을 동반하는 성인병의 일환이다. 방치하면 뇌졸중과 심근경색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사증후군, 비만 같은 질환의 유병률을 낮추기 위해 아침 식사를 포함한 건강한 식탁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20대 청년기는 좋은 식습관을 기르고 지속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고물가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대학생들의 식비 부담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쌀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 ‘천원의 아침밥’ 사업이 시행되기 시작했다.
‘천원의 아침밥’은 2017년 16곳을 시작으로 2018년 21곳, 2019년 16곳, 2020년 14곳, 2021년 26곳, 2022년 28곳이 참여했다. 2022년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천원의 아침밥’의 지속적인 시행에 찬성하는 응답자는 98.7%에 달했다. 뜨거운 반응에 참여 학교와 예산이 지속해서 늘어났다. ‘천원의 아침밥’은 끼니당 학생이 1000원, 정부가 1000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금액을 학교에서 충당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현재 농식품부의 지원에 더불어 서울, 전북, 전남, 대전, 인천, 광주 등 지자체의 지원도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까지 서울 지역에는 ‘천원의 아침밥’에 참여하는 대학이 29곳으로, 연세대는 지난 9월 1일부터 12월 21일까지 신촌캠퍼스에서 ‘천원의 아침밥’을 시행하고 있다. ‘천원의 아침밥’ 사업은 다른 학교들과 마찬가지로 연세대에서도 많은 환영을 받고 있다. 학생들은 이른 아침에도 학생회관을 찾아와 아침 식사를 한다. 단돈 천 원에 든든한 아침 식사를 할 수 있게 해준 ‘천원의 아침밥’을 학생들이 반기는 것은 당연하다.

◈ 같은 ‘천원의 아침밥’인데... 학교마다 달라도 너무 다른 한 끼

하지만 학생들이 미처 보지 못한 ‘천원의 아침밥’ 정책 이면에는 많은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학교의 기부금 양상과 재정 상태의 차이로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참여하는 데 어려움이 증가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미 시행 중인 대학 중에서도 어려움에 처한 곳이 많아, 이러한 양극화가 학생들 사이에서 ‘아침밥 디바이드(Divide)’로 불안감과 위화감을 유발하고 있다.
특히 부실한 식단과 제한된 혜택으로 인해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흉내만 내는 대학도 허다하다.
서울의 한 시립대 관계자는 “등록금은 15년째 동결 중인데 고정 비용이 계속 늘어 모든 대학이 재정적으로 어렵다”며 “’천원의 아침밥’은 지속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서울의 다른 시립대도 정부 지원금 부족으로 혜택을 확대하기 어려워 식사 인원을 130명으로 한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재정적 어려움은 서울 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전북의 한 대학교에서는 ‘천원의 아침밥’으로 편의점 컵라면과 삼각 김밥을 제공하는 것으로 드러났고 이는 학생 식당이 아침에 문을 열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학 관계자는 “식당 운영을 위탁 업체에 맡겼는데 늘어난 인건비와 식자재 비용 등으로 단가를 맞추기 어렵다”며 ‘천원의 아침밥’으로 재정적 부담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고려대의 ‘천원의 아침밥’ 하루 이용자는 800~900명에 이르며, 인원 제한이 없어 1000명을 넘길 때도 있다. 이 학교 임춘택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정부 지원금 5625만원에 교우·학부모 등이 낸 기부금 5억원을 보탠다”라고 밝혔다. 학교 간 ‘천원의 아침밥’에 운용할 수 있는 재정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 낮아지는 식사의 질, 결식 해소라는 목적은 어디에

대학에서 실시 중인 '천원의 아침밥' 사업이 건강에 대한 관심과 쌀 소비 촉진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예산 부족으로 식사 품질이 저하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업 취지와는 달리, 식재료비와 인건비 상승 등 단가 인상분이 지원 예산에 반영되지 않아 정부 부담금만으로 끼니당 ‘천원’을 유지하면서 식사 질 저하가 나타났다. ‘천원의 아침밥’ 식단이 지나치게 단조롭거나 영양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경산지역 4개 대학에서 제공되는 '천원의 아침밥'을 확인한 결과, 단체급식 관계자들은 "반찬 수가 너무 적어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음료를 제공하는 비용으로도 충분히 신선한 제철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식사에서 음료만 제공된 이유는 '급식실 조리 인력 부족'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교육공무직 조리 종사원 안명화 씨는 “조리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반찬 대신 음료를 고른 것 같다. 단품 식사에 오이 무침이나 제철 채소를 곁들이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천원의 아침밥’에서 제공되는 식단의 염분 함량이 높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우려도 나왔다. 모 대학에서 제공한 감자탕은 염도가 1.5%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권고하는 국 염도 0.8%를 초과했다. 쇠고기국밥도 염도가 1.4%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영양사 C 씨는 “이 정도 염도는 지나치게 높은 수치”라며 “정부가 나서서 염도 줄이기 운동을 할 정도로 나트륨 과다 섭취는 건강에 해롭다. 염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나트륨 과잉섭취 시 문제점으로는 뇌졸중, 고혈압, 위장병, 골다공증 등이 있다.

◈ 표심을 얻기 위한 보여주기식 정책?

‘천원의 아침밥’ 정책은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질 좋은 식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보다 학교의 재정이 더 많이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정책을 자신들의 공적으로 내세워 크게 홍보한 탓에 식사 한 끼를 온전히 정부에서 지원해 준다고 착각하는 학생들이 많다. 학교가 곳간을 털어 마련한 식사인데, 정부가 스스로 공치사하는 격이다.

고물가 시대에 학생들에게 밥을 값싸게 제공하겠다는 정책은 학생들의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천원의 아침밥’ 정책이 정말 청년들에게 본질적으로 도움 되는지도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천원의 아침밥’이 당장 돈 몇 푼을 지켜주었을지는 모르지만, 이런 한시적 지원 정책이 청년들의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리는 없다. 되려 높아지는 물가와 높아지는 취업 시장의 벽이라는 청년들의 어려움에 대한 본질적 논의를 뒤처지게 만드는 것 아닐까.

’천원의 아침밥‘이 청년층의 건강을 위한다는 목적을 가졌음에도 그 대상이 ’대학생‘으로 한정된 복지라는 점도 문제다. 대학생이 아닌 청년을 배제한 정책은 캠퍼스 밖 또래 청년들의 질타를 샀다.
종로학원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고교 졸업생 중 약 30%(11만 8,829명)는 대학교에 진학하지 않았다. 대학에 가지 않았지만 소속 학교가 사업에 선정되지 못했거나 애초에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청년까지 고려하면 천원의 아침밥에서 소외된 이들은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제도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30%의 젊은이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복지 사각지대를 양산할 수 있다"며 "대학교나 동문회의 지원이 없으면 사업 운영이 어려움에도 생색은 정치권이 내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3월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김기현 전 대표는 ‘천원의 아침밥’이 시행되고 있는 경희대학교를 찾았다. ‘천원의 아침밥’을 직접 이용하며 학생들과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보인 김 전 대표는 식당의 긴 줄을 보고 ‘천원의 아침밥’의 인기를 실감했다고 밝혔다. 4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전남대학교를 방문했다. 역시 학생들과 함께 ‘천원의 아침밥’ 식사를 하며 이 대표는 지원 확충의 필요성에 대해 말했다. 덧붙여 해당 정책이 문재인 정부에서 2017년 추진한 정책이라며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주도했다고 주장한 국민의힘 측을 비판했다. 정책이 2030의 관심을 효과적으로 끌어오자 여야가 표를 얻기 위해 정책의 ‘원조’가 누구인 지를 두고 다투고 있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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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원조인지 두고 다투는 것과 별개로 해당 정책의 추진에 있어서는 여야의 의견이 합치된 것 같다. 여야 모두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대한 지원 확대에 동감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지원을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올해 3월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천원의 아침밥’ 예산 수정안에는 정책에 쓰이는 예산이 기존보다 두 배 가량 확대되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학교 간 불평등, 질 낮은 아침 식사, 목적에 맞지 않는 사업 상황 등 확충 된 예산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참 많다. 하지만 정부가 택한 것은 정책 시행 학교 개수의 확대였다. 학생 1인당 지원금은 그대로 1000원으로 유지되기에 그동안 지적됐던 많은 문제점들은 앞으로도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내실을 다지지 않고 보이는 숫자만 늘리는 이런 행보는 더 많은 20대 유권자에게 생색내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하게 한다.

◈ ‘천원의 아침밥’, 진정으로 청년 위하는 복지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정책을 실질적으로 수행하고 그 부담을 지고 있는 주체는 학교라는 점과 ‘천원의 아침밥’ 정책이 정말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첫 번째 방안은 정부 측의 사업 예산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저출산 영향으로 학생 수가 줄면서 대학 재정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 주목했다. 참여 학교 수가 지속해서 줄어드는 이유도 이에 있다는 분석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의 부담을 늘리는 정책은 지속 가능성이 낮음을 지적하며, 정부 혹은 지방자치단체 등의 지원이 확대될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했다. 학교 차원의 부담이 줄어들 경우, 같은 아침밥 사업인데도 학교마다 가지고 있는 기반이나 재정 여력에 따라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문제 또한 해결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두 번째는 특정 기준에 충족하는 학생에 한정해 공적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안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은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함을 주장하였다. 현재와 같이 모든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이 아닌 특정 기준에 충족하는 학생에 한정하여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아침밥을 1000원 지원해 준다고 대학생들의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닌 만큼 확실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대상에게 공적 예산으로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보인다. 어떠한 학생들에게 해당 사업이 필요한지, 필요한 인력을 얼마나 되는지 등의 수요를 조사해 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앞으로 거쳐야 할 과정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늘리거나, 선택적 복지 차원에서 대상자를 제한하는 등의 방안을 도입하여 천원의 아침밥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지속해서 확보해 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책의 수혜를 받는 학생들도 정책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그 몫을 다 하고 있는지 항상 경각심을 갖고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2023-12-18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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