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으로 끝난 미-우크라 정상회담 (2025년 3월 3일)
팩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월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정상회담 시작 기자회견에서부터 충돌해 결국 파국을 맞음
-미국측은 오찬을 겸한 비공개 회담과 광물 협정 체결식, 공동 기자회견 일정이 모두 취소했고, 미국측은 우크라이나 측에 떠나라고 요구
-우크라이나 측은 대화를 더 원한다며 항의했지만 빈손으로 백악관에서 쫓겨남
-이날 정상회담은, 특히 양국간의 광물협정 체결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위한 첫걸음으로 여겨져 관심을 모았음
-트럼프 대통령은 광물협정 체결을 계기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본격적인 중재에 나선다는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됨

△미-우크라이나 정상의 고성충돌 상황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에 대한 그(젤렌스키)의 혐오 때문에 내가 협상을 타결하는 게 매우 어렵다"고 말함
-배석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를 위해 러시아와 외교를 하는 것이라고 젤렌스키 대통령을 훈계함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불법으로 병합한 이후 체결된 민스크 평화협정을 위반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사실을 지적했고, 밴스 부통령에게는 "무슨 외교를 말하는 것이냐"고 반문
-목소리가 커진 밴스 부통령은 "집무실에 와서 미국 언론 앞에서 이걸 따지는 게 무례하다"면서 "당신은 이 분쟁을 끝내려고 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요구. 그는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상황을 직접 봐달라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요구에 그런 방문은 "선전용 관광"이라고 조롱하기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의 위협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여러분은 좋은 바다가 있고 지금 (위험을) 느끼지 못하지만, 미래에 느낄 것"이라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도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함
-트럼프는 "우리가 뭘 느낄지 우리한테 지시하지 말라. 당신은 그런 지시할 위치에 있지 않다. 당신은 (손에 쥔) 카드가 없다"고 말함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리는 카드놀이를 하는 게 아니다"고 응수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당신은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당신은 수백만 명의 목숨을 갖고 도박하고 있고 세계 3차 대전(이 일어날 가능성)을 도박하고 있다. 그리고 당신이 하는 짓은 이 나라에 매우 무례하다"고 주장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의 군사 장비가 없었다면 이 전쟁은 2주 만에 끝났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설전이 계속됐고,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발언할 기회를 달라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거듭 무시함
-트럼프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당신이 합의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빠질 것이다. 우리가 빠지면 당신은 (러시아와) 싸워서 해결해야 할 것이며 그건 아름답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

△미국 정가 반응
-공화당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할 말을 했다는 반응이 나왔지만, 민주당에서는 "독재자와 편을 먹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옴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미국이 이용당하고 무시당하던 시대는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끝났다"며 "오늘 백악관 집무실에서 목격한 것은 미국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미국 대통령이었다"고 평가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와 밴스는 푸틴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대신해주고 있다"며 "상원 민주당 의원들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힘. 애덤 쉬프 민주당 상원의원은 X에 "영웅과 겁쟁이가 오늘 백악관에서 만났고 회담이 끝나면 영웅은 우크라이나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유럽 반응
-백악관 회담 직후 유럽 주요국은 일제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강조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X’에 “자유 세계에는 (미국이 아닌) 새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비판
-도미니크 드빌팽 전 프랑스 총리도 1일 영국 가디언 인터뷰에서 “미국을 더 이상 유럽의 동맹으로 간주할 수 없다”며 “이제 러시아, 중국, 미국이라는 세 개의 비(非)자유주의 초강대국을 갖게 됐다”고 진단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영국 BBC에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프랑스, 1∼2개 다른 국가, 우크라이나와 협력할 것”이라며 “그 계획을 미국과도 논의하겠다”고 밝힘
-스타머 총리는 1일 우크라이나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 28억 달러(약 4조1000억 원)를 우크라이나 지원에 쓰는 안에도 서명함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용감한 투쟁에 대해 확실하고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낸다”고 말함
-다만 현실적으로 미국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우크라이나가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단 주문도 나옴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1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를 회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요구

△여지는 남겨 논 두 정상
-젤렌스키 대통령은 백악관을 나온 후 X에 "미국에 감사한다. 대통령과 의회 그리고 미국 국민께 감사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민을 존경한다"는 등의 글을 올리며 사태 수습에 나섬
-그는 회담 이후 폭스뉴스 앵커 브렛 베이어와 인터뷰에서도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지원 없이는 러시아를 막기 어려울 것이다. 그것이 이곳에 온 이유이자 미래의 협상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유"라며 "이런 상황은 양측 모두에게 좋지 않다. 미국 파트너를 잃고 싶지 않다"고 밝힘
-트럼프 대통령도 협상 결렬이후 트루스소셜에 "그는 백악관에서 미국을 무시했다"면서도 "그는 평화를 원할 때 다시 올 수 있다"는 글을 올림. 격한 충돌로 파국을 맞았지만 두 정상 모두 사태를 진화하며 여지를 남겨 놓은 셈
논조
▣세계
자강만이 국익 지킨다는 교훈 남긴 미·우 정상회담

"트럼프의 거래 외교는 정평이 나 있지만 이번 회담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동맹·우방국과 손잡고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주도해온 미국이 사라졌음을 파격적 방식으로 드러내 보였다"며 "‘불량 국가’들이 국제 규범을 위반할 때마다 ‘세계의 경찰’로 나섰던 미국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라고 경고. "유럽 정상들은 미국이 빠진 유럽의 자력 안보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며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지적. 신문은 "(한국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 견제를 위한 중요한 거점이므로) 미국이 원하는 조선과 방산 분야 협력, 미국산 무기 구매 실적 등을 지렛대 삼아 합리적 해결책을 도출해 내야 한다"고 강조

▣중앙
미국·우크라 정상회담 파국…우리도 안심할 수 없다

신문은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 일방 외교는 유럽만 강타한 것이 아니다"라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국 동맹국과 우방들 사이에서도 오늘의 우크라이나 및 유럽 처지가 내일의 한국·일본·대만 및 인도·태평양 상황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느냐는 불안이 번지고 있다"고 우려. "트럼프는 외교를 ‘거래’로 여긴다. 혼돈의 국제질서 재편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와의 접촉면을 늘려 그들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그 위에서 안보·통상 등의 대미 정책에서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현실적인 외교 접근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 신문은 "유럽 및 인·태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해 우리 목소리를 키우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며 "정치권은 탄핵 및 조기 대선 가능성과는 별개로 외교·안보 정책에선 힘을 합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

▣한겨레
트럼프 위세에 미-우 회담 결렬, 대미 ‘안보 맹신’ 벗어나

신문은 "‘달라진 미국’이란 엄연한 현실을 받아들여, 한동안 멈춰 있는 전시작전권 전환 논의를 재개하고 북·중·러에 대한 ‘헤징 외교’에 더 많은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 "(정상회담 기자회견의) 모든 장면이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중계됐다"며 "그로 인해 미국이 ‘책임 있는 패권국’에서 약소국에 희생을 강요하는 ‘이기적인 강대국’으로 변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되고 말았다"고 지적. 신문은 "트럼프 등장 이후 유럽에선 미국이 제공해온 ‘확장 억지’를 영국·프랑스가 떠안고, 자체 평화유지군을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논의가 구체화되는 중"이라며 "우리 역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 우리 안보 문제를 우리가 주도해야, 국익을 지켜야 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당당히 '노'를 외칠 수 있다"고 경고.

/ 뉴스버스=김철훈 기자 kims4al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