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반도 '원 시어터' 구상 (2025년 4월 17일)
팩트
--일본 아시히신문은 15일 정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이 지난달 말 일본을 찾은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에게 “일본·미국·호주·필리핀·한국을 포함하는 하나의 전구( 원 시어터-One Theater)를 만들자”는 구상을 전달했다고 보도
-이 신문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환영의 뜻을 밝힌 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면담에서 이 구상을 언급하고 한미일, 호주, 필리핀과의 협력을 강조함
-일본 총리관저 간부는 이 구상에 대해 “대만에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일본도 전쟁 지역에 들어가 북한과 러시아가 나란히 움직일 수 있다”며 “중국이 능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대응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설명
-다만 방위성의 한 간부가 “내용이 채워지지 않았는데 ‘전구’라는 강한 단어를 외부에 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는 등 일본 내에서도 설익은 구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
의미
-육·해·공중전이 전개될 수 있는 지리적 범위를 뜻하는 시어터는 유사시 전투 지역을 뜻하는 군사 용어
-나카타니 방위상이 언급한 원 시어터 구상은 분쟁 발생 시 한반도와 동중국해·남중국해를 하나의 ‘전쟁구역’(전구)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논리임
-이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주장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압박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
-진보 겐 게이오대 교수(국제정치학)는 아사히 신문에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관여할 발판을 넓히는 게 ‘원 시어터’ 구상의 노림수인 것 같다”고 말함
-주한미군의 임무와 성격도 대북 방어보단 중국 견제 임무 쪽으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옴
-이 구상이 현실화한다면 미국의 동아시아 전력 개편의 주도권을 일본이 가져갈 우려도 있음
-패전 후 헌법에 무력행사의 영구 포기와 군대 보유 금지를 규정한 '평화헌법'을 가진 일본으로서는 이 구상을 군대를 보유한 ‘보통 국가’로 가는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걱정도 제기됨
-또 한반도 분쟁 시 일본 자위대의 개입 근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
논조
▣경향
한반도·중국해를 한 전쟁구역으로 묶자는 일본의 망발
신문은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일본이 한국 안보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방안을 미국에 제안한 것이어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달 중순 우선 확정한 ‘임시 국가방위전략 지침’에서 미 국방부의 최우선 과제로 ‘중국의 대만 침공 저지’를 꼽았다고 한다"며 "일 방위상의 제안에 미국이 반색한 것은 주한미군 운용의 ‘전략적 유연성’을 위한 논리적 근거를 제공한 셈이기 때문"이라고 주장. 신문은 "미국이 주한미군을 해외 분쟁 등에 투입하는 것은 한국 정부의 동의가 필요한 중대 사안"이라며 "한국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한국이 타국의 분쟁에 연루되는 사태는 용인할 수 없다. 한국 안보지형을 심각히 위협하는 구상을 미·일이 한국을 제쳐둔 채 논의하는 듯한 상황 전개도 우려스럽다. 정부는 보도 경위를 확인해 사실이라면 일본 정부에 강하게 항의해야 한다"고 요구.
▣조선
주한 미군 역할 변경, 막을 수 있는 상황 아니다
신문은 "한반도와 동중국해·남중국해를 하나의 전구로 묶으면 대만 문제로 미·일·중 간에 충돌이 발생했을 때 주한 미군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상황이 악화하면 한국군까지 개입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 "일본의 제안이 아니더라도 미국은 이미 주한 미군을 북한의 위협을 억지하는 붙박이 전력이 아니라 중국에 대응하는 전력으로 보고 있다"며 "(미국이 그렇게 하겠다고 하면)우리가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차라리 그런 경우에 북한의 위협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미국과 솔직한 대화를 통해 확실한 대책을 세워두는 편이 현실적"이라고 주장. 신문은 "주한 미군이 한국 방위에서 이탈한다면 현재의 핵우산만으로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며 "예상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에 대해 미국과 진지하고 실질적인 논의를 하고, 미국을 설득해서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
▣한국
누구도 우리 없이 '한반도 문제' 논의 안된다
신문은 "일본 제안대로 한반도와 동·남중국해가 하나의 전역이 되면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주한미군을 한반도에서 빼내 투입하는 게 쉬워진다. 한반도 분쟁 시엔 일본 자위대가 개입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이처럼 민감하고 중대한 안보 사안이 우리 의사와 무관하게 협의된 건 동맹과 국가간 신뢰를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도 있다"고 지적. "원 시어터 구상이 다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꿈꾸는 행보와 이어져 있는 것도 우려된다"며 "중국 억제가 급한 미국은 일본의 군사력 증강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 신문은 "정부도 뭘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아무리 국가 리더십 공백 상황이라 하더라도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연상될 정도로 황당하고 무도한 구상이 테이블에 올랐는데 전혀 몰랐다면 외교 안보 정보망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이라고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