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무인화' 시대...소비자 불만의 목소리
소비자-업주의 양심과 책임,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 성패의 관건
김현지, 박하람, 한혜승 기자
3/15/2025 9:10:31 PM 등록 | 수정 3/15/2025 9:10:52 PM
기획
생활

최근 사회 전반에서 '무인화 점포'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무인 점포는 효율적이고 편리하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는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선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무인점포의 구체적인 확산 배경에는 인건비 절감과 비대면 소비 트렌드 부합, 그리고 기술을 활용한 운영 효율성 제고 등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소비자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가격과 위생, 시스템 오류 등에 대한 소비자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으면 무인화의 성공적인 뿌리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세대학교를 포함한 대학가 역시 무인점포의 도입이 활발한 상황이다.
교내 식당과 매점은 물론, 카페와 샐러드 전문점까지 다양한 형태의 무인 서비스가 학생들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연세대학교 교내 생협 매점은 전면 무인화되었으며, 교내 식당은 ‘야미(YAMI)’라는 앱으로 주문을 할 수 있도록 무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교내·외 무인점포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가장 흔히 제기되는 문제는 가격이다. 무인점포의 상품 가격은 유인 점포와 큰 차이가 없으며, 일부 무인 애완용품점은 오히려 더 높은 가격으로 판매된다는 것이다.
위생 문제 역시 빈번하게 발생한다.
예를 들어 음료를 흘려도 닦을 수 있는 휴지가 비치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아이스크림 냉장고 문이 닫히지 않아 악취가 나는 사례도 있다.
결제 오류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인데, 할인가로 표시된 제품이 키오스크에서는 원가로 결제되거나, 기기 오작동으로 결제 금액을 잃는 사례가 빈번하다.
교내 무인점포를 자주 이용하는 김영인(20) 씨는 “바코드 기기가 물건을 연속으로 찍는 오류가 발생하여, 물건은 하나만 샀지만, 두 배의 값을 냈다”며 “뒤에 기다리는 손님들이 많기도 하고, 소심한 성격이라 전화해서 환불받는 것을 포기했다”라고 말했다.
무인점포에 불만을 느끼는 것은 김영인 씨뿐만이 아니다. 결제 오류 문제를 넘어서 상품의 품질과 점포의 위생 문제, 가격 문제 등, 깊숙한 곳까지 학생들의 무인점포에 대한 불만은 존재하고 있다.
황연재 (22) 씨는 “교내 무인 취식 공간의 경우, 휴지나 물티슈가 배치되어 있지 않아 흘려도 닦을 것이 없다”며 청결 문제를 지적했다. 오성원 (25) 씨는 “점포가 무인으로 운영되는데 가격은 저렴하지 않다”며 동시에 “교내 생협 편의점은 쓰여있는 가격표와 키오스크에 바코드를 인식했을 때 나오는 가격이 다르다”며 무인점포의 가격 문제와 기기 문제 두 가지를 동시에 지적했다.
시중 유인 편의점에서 진행하는 1+1 행사와 할인 행사는 교내 무인점포에서는 적용되지 않기에 학생들 불만의 목소리는 더욱더 커져가고 있다.
무인점포 운영자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인 빨래방을 운영하는 이태승 (46) 씨는 “키오스크가 돈을 먹었다는 내용의 민원이 제일 많다”며 “하루에 적어도 한 번 이상은 결제 오류 관련 민원이 들어오기에 마음 편히 다른 일을 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무인점포 특성상 결제 오류가 자주 발생하지만, 소비자도 운영자도 즉각적으로 이를 해결할 수 없기에 서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더욱 커져가는 것이다.
무인 라면 점포를 운영하는 김수진 (53) 씨는 “아무리 자주 가게에 들러 위생 상태를 살펴도, 소수의 손님으로 인해 가게가 금방 더러워진다”고 불편함을 호소했고, “가게를 아무리 잘 관리해도 위생 문제는 도무지 해결되지 않는다”며 가게 위생 문제는 운영자 관리와는 별개의 문제임을 지적했다.
무인점포에 대한 불만은 경찰에서도 존재한다.
송도 국제도시 2지구대의 이정우 순경은 무인점포와 관련된 신고에 대해 “하루에 한두 건은 꾸준히 들어오는 것 같고, 야간에 좀 더 많이 들어온다”며 “제품을 몰래 가져가거나, 손님이 놔두고 간 카드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두 가지 유형이 (신고의) 거의 다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02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3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무인점포에서 발생한 절도는 총 9,532건으로, 하루 평균 16건이다. 이러한 무인점포 절도 문제는 자연스레 공권력 문제와 결부된다.
분명 무인점포는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주지만,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결국 공권력 낭비, 소비자 편익 감소 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무인점포의 선두 주자인 미국의 아마존고(Amazon Go)와 중국의 빙고박스(Bingo Box) 등을 살펴보면, 체계적 시스템과 함께 마련된 무인점포는 우리 삶에 더 많은 편익을 제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마존고(Amazon Go)는 입장용 QR코드를 스캔해야만 입장이 가능하며 소비자가 구매하려는 상품을 들고, 바로 매장을 나서면, 물건의 가격이 자동으로 스캔 되어 비용이 앱으로 자동 청구된다. 일명 ‘저스트 워크 아웃' 기술이다. 매장 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행위는 천장 위에 달린 수십 대의 카메라에 의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된다. 물건을 몰래 주머니에 넣어서 나가도 여지없이 비용이 청구된다.
중국의 빙고박스(Bingo Box)는 앱에 실명, 전화번호, 결제 수단 등을 등록 후, QR 코드를 스캔해야만 입장할 수 있다. 구매할 상품을 골라 계산대 위에 올려놓으면 제품에 붙어있는 전파식별 코드가 자동으로 인식된다. 일일이 고객이 바코드를 찍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해외 첨단 시스템은 절도 사건으로 인한 공권력 낭비와 범죄의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기에 체계적 시스템이 없는 우리나라의 무인점포에 시사점을 제공한다.
기기 오작동, 결제 오류, 시설 관리 부실 등의 문제는 소비자와 점주 모두에게 지속적인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4시간 대응 가능한 콜센터와 같은 실시간 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즉각적으로 반영하고 해결할 수 있는 체계는 자연스레 무인점포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 구축으로 이어진다. 즉, 기업은 단순 기기를 제작·보급하는 것을 넘어 그 이면의 책임까지도 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용자 양심의 고양 또한 요구된다.
일부 소비자들의 비양심적인 행동은 점포 운영에 큰 부담을 주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기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결국, 사회적 양심의 발전이 기술의 발전과 함께 따라야 하는 것이다.
결국 효율성과 편리함을 바탕으로 빠르게 우리의 생활 속으로 스며들고 있는 무인화 시대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업주의 양심과 책임,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