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웹툰 불매합니다”
2024 출품작 ‘이세계 퐁퐁남’에서 시작된 불매운동
노승은, 이예주, 조민주 기자 kims4all@gmail.com
3/15/2025 9:19:54 PM 등록 | 수정 3/15/2025 9:20:23 PM
기획
문화

“이젠 딱히 웹툰을 보고싶지도 않네요. 팝업이나 콜라보는 당연히 소비 안하고 아예 일상에서 잊어 버렸습니다.” (불매참여자 B씨)
9월 지상최대공모전2024 출품작 ‘이세계 퐁퐁남’에서 시작된 네이버웹툰 불매운동이 16일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설거지론’ 등 여성을 비하하는 혐오 표현을 담은 작품을 사전에 심사하지 않고 공개했다는 점이 논란이 됐다.
그 후 3개월이 지나가는 시점인 현재, 지지부진한 네이버웹툰 측의 대처는 여전히 소비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불매참여자들은 네이버웹툰에 논란에 대한 회피 없는 입장과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요구하고 있다.
■ 네이버웹툰 불매 운동의 시작
네이버웹툰 불매운동은 여성혐오적 내용을 담은 웹툰 ‘이세계 퐁퐁남’이 9월 공모전 1차 예선을 통과하며 시작됐다. 불매운동은 ‘이세계 퐁퐁남’을 심의 없이 합격시킨 네이버웹툰에 대한 비난과 함께 1020여성들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소비자들은 X 등 sns에서 ‘#네이버웹툰_불매’ 해시태그를 달고 불매 인증을 시작했다. 네이버웹툰 앱 삭제와 네이버웹툰 내 가상화폐인 ‘쿠키’ 환불을 시작으로 네이버웹툰 콜라보 제품 불매, 네이버 회원 탈퇴,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해지 인증 등이 이루어졌다.
인증 게시물로 시작한 불매운동은 연대와 집단행동으로 이어졌다. 웹툰 작가 연합 226인으로 이루어진 ‘웹툰 작가 연합(@webtoon_author)’은 해당 사태에 대한 네이버웹툰의 입장을 요구하는 성명문을 10월 22일 게재했다. 불매참여자들은 네이버 사옥 앞에 근조화환을 보내거나 네이버웹툰에 항의하는 메시지를 담은 ‘트럭 시위’를 벌였다.
논란이 커지자 네이버웹툰은 “콘텐츠 운영 정책 및 프로세스 개선 방향에 대해 말씀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11월 22일 게시했다. “최근 공모전과 관련된 이슈로 독자 및 웹툰 창작자 분들에게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공모전을 포함한 전체 콘텐츠 서비스의 현행 운영 정책을 검토하기 위해 외부 자문위원회를 마련하겠다"고 차후 대응 방안을 밝혔다.
불매참여자들은 네이버웹툰 측의 사과문에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것”같다며 더욱 분노했다.
X의 ‘네이버 불매 아카이브(@boycottnaver)’는 사과문에 대해 “사과문이 아닌 입장문이었으며, 공지된 내용이 불매를 하는 분들이 바라는 바와 동떨어져서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불매참여자 B씨는 “사과문이 바로 나오지 않고 길어지면서 최종 탈락과 함께 어물쩡 넘기겠다고 생각했어서 별 놀랍지는 않았다”며 40만이 넘는 이용자가 이탈하는 1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네이버웹툰에 분노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이세계 퐁퐁남’의 ‘퐁퐁’ 작가는 후기를 담은 웹툰 한 편을 11월 23일 공개했다. “비록 여러분 덕분에 공식 여혐 작가가 되었지만 그래도 어찌저찌 공모전을 마칠 수는 있었다”며 불거진 논란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문제가 제기된 ‘퐁퐁’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유튜브에서 처음 접했다”며 “이미 공공연연하게 쓰는 단어라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서 제작했을 뿐”이라고 덧붙여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
■ 여성 소비자의 권리, 나아가 여성 인권
이번 불매운동의 취지는 여성 소비자의 권리와도 깊이 연관돼 있다. ‘이세계 퐁퐁남’ 논란의 시작은 작품 내 여성혐오적 표현이었으며, 불매운동 참여자의 대부분은 여성 소비자들이다. 불매참여자들은 네이버웹툰 측의 미미한 대응이 여성 소비자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불매참여자 A씨는 “‘이세계 퐁퐁남’이 명백한 여혐 웹툰임에도 내리지 않고 소비자들과 기싸움을 한 것이 불매를 시작한 결정적 계기였다”며 네이버웹툰의 행보를 지적했다. 네이버웹툰 측에 대해 “여성들의 눈치를 좀 봤으면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불매참여자 B씨는 네이버웹툰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오히려 여성 소비자를 바보같이 만들었다”며 여성 소비자를 무시하는 그들의 대응 방식이 잘못됐음을 지적했다. 또한 “네이버웹툰이 여성혐오를 그만두었으면 좋겠다”며 여성 소비자들에 대한 태도를 바꿀 것을 요구했다.
X의 ‘네이버 불매 아카이브(@boycottnaver)’는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도 소비자이기 때문에, 무시하지 말고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라 밝혔다. 이어 “'이세계 퐁퐁남'을 베스트 도전에 올린 일을 비롯해 편향된 검열에 대한 사과 및 가이드라인 공개를 기대했었다”며 “불매 운동에 대한 목표를 다시금 명확히 하고, 이에 대한 관심을 촉구해 플랫폼에 변화를 요구하고 싶다”고 전했다.
A씨는 “네이버 웹툰의 정확한 사과와 대응이 있기 전까지는 계속 불매를 할 것”이라 말했다. A씨는 “이미 이미지가 너무 안 좋아져서 사과 이후에도 불매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B씨는 완전한 사과와 변화된 태도가 있기까지 일절 소비하지 않고 불매 운동을 계속하겠다며 다른 네이버웹툰 소비자들에게 “재미있다는 이유로 소비하지 않아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전했다.
불매참여자들의 목소리가 단호한 만큼, 네이버웹툰 측의 재응답이 필요해지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