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LO’가 아니고 ‘YONO’...새로운 MZ 라이프스타일 떴다
기업들도 주목...새로운 트렌드 반영한 상품 속속 등장
권재연, 김유빈, 송현진 기자
3/15/2025 8:41:42 PM 등록 | 수정 4/22/2025 3:04:32 PM
기획
사회

2030세대의 소비 트렌드가 변했다. #요노, #짠테크, #미니멀리즘, #저소비코어 키워드가 이를 증명한다.
‘요노(YONO, You Only Need One)’, 2020년대부터 MZ세대를 중심으로 소셜미디어상에서 떠오르고 있는 용어이다. 이 새로운 트렌드는 2010년대에 유행했던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와 대비된다.
욜로는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며 아낌없이 투자하고 소비하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자신을 위해서라면 과감한 지출을 망설이지 않는 욜로족을 겨냥한 ‘오마카세’, ‘호캉스’ 등이 인기를 끌었다.
요노족은 다르다. 이들은 최소한의 소비로 최대의 만족감을 추구한다. 그러나 무조건 허리띠를 졸라매는 ‘구두쇠’는 아니다. 요노는 현재의 모든 소비를 전부 줄이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소비를 추구하고 불필요한 소비는 지양하는 특별한 라이프스타일이다.
취재팀이 최근 72명의 20대를 대상으로 직접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MZ세대의 ‘요노’는 소셜미디어상의 유행을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
YONO, 처음 들어봤지만… 대다수는 이미 실천 중
설문조사에 따르면 20대 응답자 중 대다수는 YONO(You Only Need One)라는 용어 자체에 대해 생소하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YONO족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9.7%는 "전혀 들어본 적 없다"고 답했으며, 27.8%는 기사나 뉴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응답 결과를 통해, 해당 개념이 대중적으로 널리 확산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귀하를 제외한 20대의 소비 패턴은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2.8%는 타인의 소비에 "과소비 및 플렉스(소비 과시)가 많다"고 답했다. 반면, 자신의 소비에 대해 묻는 질문에서는 다수가 "필요한 것만 구매하고 가성비를 중시한다"고 응답했다.
설문조사를 통해, 많은 20대가 자신의 소비는 "합리적이고 실용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타인의 소비는 과소비로 평가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타인의 소비를 과장되게 바라보는 경향과 본인의 절약적 소비 패턴 사이의 괴리를 보여준다.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요노(YONO)’라는 용어에 대한 20대의 인식은 낮다. 하지만 실제 행동에서는 절약적이고 실용적인 소비를 이미 실천 중이었다.
3高 여파로 커진 청년세대의 경제적 부담
‘욜로’를 즐기던 20대들은 어쩌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요노’를 하게 됐을까? 그 배경에는 고금리와 경제 위기가 있다.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경제적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했다. 그 여파로 대한민국의 경제는 환율, 물가, 금리 3高 상황으로 가계 부담이 커졌다.
한국 소비자원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도 대비 3.6% 증가했으나, 39세 이하의 평균 소득은 1.9% 증가에 그쳤다. 이는 임금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2024년 청년 취업률은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과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10월 월평균 판매 종사자 수는 251만 8천명으로, 전년 대비 11만 명이 감소했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5만 1천명이 15~29세 청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특히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2030세대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자원을 절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 금융 경영 연구소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대 이하의 신용카드 이용액은 전년 대비 9% 감소했다.
20대의 달라진 소비 습관이 불러온 변화
설문조사에서도 이러한 결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소비 습관의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을 묻는 질문(복수 응답)에 ‘본인 가치관이나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때문’이라는 응답자와 ‘물가와 금리 상승, 경제 불황으로 인해 가성비 있는 소비를 찾게 되었다’는 응답자가 각각 47.2%로 가장 높았다. 두 응답이 소비 습관 변화의 주된 요인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소비 습관의 변화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사람들을 이끌었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생활 양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단순화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미니멀리즘 생활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 불필요한 물건은 버리고 필요한 것만 소유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이루어졌다.
또, 경제적인 이유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이 환경적 요인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며 재사용과 재활용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가 ‘YONO’라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구체화된 것이다.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 된 요노
‘요노’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경제적 생존 전략과 개인의 소비 철학을 반영하는 소비 행동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앞으로 ‘요노’라는 용어의 인식이 넓어지고 실질적인 행동 변화가 지속되길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20대의 소비 문화는 더욱 절약적이고 경제,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YONO 트렌드가 경제적 환경과 소비자들의 가치관 변화에 의해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기업을 비롯한 마케팅 시장의 심층적인 연구와 분석이 필요하다.
다이소, 당근마켓, 뱅크샐러드… 저희 소비자들은 ‘요노’합니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저가 브랜드와 중고 상품 거래 앱, 차량 공유 플랫폼 사용자 수는 지난 8월 기준 전년도와 비교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저가 브랜드로 잘 알려진 다이소의 사용자 수는 전년 대비 165만 명 증가했고, 당근마켓, 중고나라의 사용자 수는 작년 동월 대비 각각 47만 명, 10만 명 늘었다.
카셰어링 플랫폼 ‘쏘카’는 중장기 대여 플랜 도입 이후 결제 금액이 꾸준히 상승하여 지난 8월 역대 최고치인 332억 원을 기록했다. 이와 같은 추세는 합리적인 소비를 중시하는 요노족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요노가 떠오르게 된 배경이 높은 물가와 경기 침체인 만큼, 저축이 용이한 금융 상품을 찾는 고객도 늘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고 연 7.7% 이자율의 ‘언제든 적금’ 출시 이후 신한은행SOL 일일 사용자 수가 44만 명 증가했다. 뱅크샐러드의 ‘샐러드 게임 서비스’는 팀원들과 미션을 통해 팀 예산을 지켜 지출하면 상금을 받는 서비스이며, 출시 후 일일 3만 4천명이 유입되는 성과를 거뒀다.
‘1000원 마케팅’, ‘멀티 스타일링’ 인기
유통, 식품, 패션 등 다양한 업계에서는 이미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CU는 자체브랜드 상품으로 두부를 1000원에, 오리온은 인기 스낵 7종을 1000원에 판매하는 ‘1000원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1000원 맥주 버지미스터 500ml를 재출시했으며, 이마트24의 자체브랜드 아임e의 얼큰e컵라면은 800원으로, 일반 브랜드 대비 40% 저렴한 가격이다.
패션기업 LF의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리복’은 양면 착용 가능한 아우터 ‘벡터 리버시블 다운’을 출시했다. 아떼바네사브루노도 멀티 스타일링이 가능한 숄더백을 선보이는 등 하나의 아이템으로 다양한 연출이 가능한 다용도 아이템들을 판매 중이다.
요노, 저렴하다고 다 성공하는 건 아냐…
‘가실비’를 추구하는 요노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품질에 대한 신뢰 확보가 필수이다. 가실비는 가격 대비 실사용 비율로, 가성비 뿐만 아니라 실용성까지 고려한 개념이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는 저가 플랫폼 ‘알리 익스프레스’와 ‘테무’의 앱 이용자 이탈률이 지난 4월 기준 각각 27%, 40%라고 밝혔다.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알리와 테무를 알고는 있지만 이용해 본 적 없는 소비자들은 가격과 품질에 대한 의구심을 50% 이상으로 가장 많이 언급했다. 저렴한 가격 이전에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KB 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9월 발표한
“요노 트렌드 반영하되 기업의 기존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아야…”
요노는 ‘필수품 위주의 소비’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소형화, 다기능, 친환경 제품의 잠재력을 암시한다. 특히 제품을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방식의 ‘구독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는 기업들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도 제품별로 다른 마케팅 전략을 사용하여 요노족에게 어필할 수 있다.
제과 기업 청우식품 관계자는 “요노 트렌드를 반영하되 기업의 기존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며 “프리미엄 전략을 사용하는 청우의 경우, 기업의 정체성인 제품들은 더 고급화하고, 번들 구성 등의 할인 전략은 대중성을 노린 제품들에 한해서만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어 “요노의 골자가 ‘싸더라도 불량은 취하지 않는다’ 인만큼, 양질의 제품을 소비자가 수용할 수 있는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YONO 트렌드는 MZ 세대만의 단순한 소비 패턴 변화 그 이상의 중요한 사회적 함의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고객과 소통하며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필요한 물품만을 합리적으로 구매하려는 성향을 파악하고, 단순히 저렴한 가격만을 강조하기보다는 기업 고유의 개성을 살린 마케팅이 더욱 요구된다.
YONO 트렌드를 적용한 전략은 기업들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어내는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