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전자출결 아래 ‘출튀’ 만연

시스템에 따라 진화하는 학생들의 출튀 전략...근본적 해결책은?


노은정, 이유빈, 이지원 기자
3/15/2025 8:45:53 PM 등록 | 수정 3/15/2025 8:47:19 PM
기획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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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강의 인증 번호 알바합니다.”

최근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에서 출석 인증 번호를 사고파는 사례가 빈번히 등장하고 있다. 이젠 ‘인증 번호 알바’까지 나왔다. 모바일 기술의 발달로 각 대학이 출석 확인의 편리성과 효율성을 위해 전자 출결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이 시스템의 단순화가 다양한 편법을 낳고 있다.

■ 팽배해진 출튀 문화, 형평성에 대한 지적까지⋯.

출튀란 ‘출석하고 튀기’의 줄임말이다. 말 그대로 출석 인증은 했으나 강의실엔 없는 상황을 뜻한다.
출튀 방식도 가지각색이다. ▲친구에게 인증 번호 전달받기 ▲대신 학생증 대주기 ▲에브리타임과 같은 커뮤니티를 통해 인증 번호 구매하기 ▲출석만 한 뒤 쉬는 시간에 사라지기 등이다. 어느새 출튀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은 상황이다.

출튀의 심각성을 파악하기 위해 전국의 대학생 8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전자 출결을 악용한 출튀가 얼마나 심각하냐’는 질문에 ‘매우 심각하다’ (13%), ‘심각하다’ (53%)로 응답자의 66%가 현재 세태에 대해 높은 수준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었다.

출튀로 인한 형평성 문제에 대한 의견도 비슷했다. 응답자의 62.5%가 ‘출튀가 성적 평가의 공정성을 해친다’고 답했다. 한 응답자는 “출석도 성적인데, 대리 시험과 대리 출석은 무엇이 다르냐”며 출튀는 단순히 교수와 학생 간의 신뢰를 깨뜨리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준다고 지적했다.

■ 출튀하기 위한 온갖 '권모술수(權謀術數)' 난무

“최대한 자연스럽게 나가려고 가방도 안 들고 가요.”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22학번 유 씨(22)는 본인의 출튀 경험을 이렇게 회상했다. 출튀를 계획하는 학생들은 노트북만 들고 강의실에 간다. 이는 쉬는 시간에 교수 몰래 수업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다.
유 씨는 “같이 듣는 친구 셋이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만 강의실에 남고 나머지는 나간 적도 있다”며, “대형 강의에서 출튀 안 하면 바보 취급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전자 출결 앱에서 출석 번호만 입력하면 나갈 수 있는데 그대로 앉아 있으면 ‘바보’라는 것이다.

학생들이 출튀를 쉽게 하는 배경에는 현재 전자출결 시스템의 허점이 있다.
연세대 통합디자인학과 20학번 최 씨(23)는 현재 전자 출결 방식은 “출튀에 용이하다”며, 단순히 인증 번호를 입력하는 방식은 시스템상 출석 여부만 자동으로 기록되기 때문에, 실제로 강의에 참석했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과정을 따로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 출튀, 전자 출결 시스템 개선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워

수강생이 300명에 달하는 교양 과목의 경우, 효율적인 수업 운영을 위해 전자 출결 시스템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
연세대에서 ‘경제학개론’을 가르치는 이재황 교수는 “학생 수가 많아 수시로 출석을 부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학교에서 권장하는 방식이기에 전자 출결 앱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전자 출결 앱의 편리함을 인정하면서도, 앱의 오류 가능성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 교수는 “출튀를 한 학생이 앱 오류를 주장하면 이를 입증할 방법이 없다”며 현 시스템의 한계를 언급했다.

반면, 대학생들은 전자 출결 시스템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전자 출결 시스템 개선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전자 출결 시스템으로 편하게 출석 체크가 가능하므로 시스템에는 문제가 없다’, ‘전자 출결 시스템을 개선하더라도 시스템을 우회하는 부정 출석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학생들의 출석 불량은 (전자 출결)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응답했다.

연세대 학사지원팀도 전자 출결 시스템 개선만으로는 출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했다. 학사지원팀 관계자는 “출튀는 전자 출결 시스템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과거 호명 방식으로 출석을 확인할 때에도 발생했던 구조적 한계”라며, “해결을 위해 담당 교수가 수업 중 여러 차례 출석을 확인하거나, 지정좌석제를 통해 크로스 체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출석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 필요”

출튀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음파 출결 시스템 도입, 불시 출석 체크, 웹캠 사용 의무화 등의 방안이 시도되고 있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창의적인 방법으로 출튀를 감행하고 있다.

대학 교육에서 출튀 문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제는 출석을 성적 평가 기준에 포함하는 관행 자체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 씨(23)는 “출튀를 할 학생은 어떤 수단을 써도 결국 출튀를 한다”며, 출석을 성적 평가 기준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백영민 교수는 “대학 교육에서 출석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출튀를 위한 방법은 계속 진화하고 있으며, 출석을 성적 평가 지표로 삼는 한 이를 완전히 근절하기는 어렵다. 단기적인 대책 마련에만 집중하기보다, 이제는 출석의 본질적 가치와 출석이 성적 평가 기준으로 적합한지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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